불편한 사람과 지내야 하는 당신에게

괜찮아요, 괜찮아

by 림미

안녕하세요. 평소보다 따뜻하게 보내던 겨울이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어요. 겨울다운 날씨 속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당신의 편지를 읽어봤어요.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중학생 편지를 보며 저의 중학교 때 모습을 생각해 봤어요. 엄마가 해준 아침을 먹고 단정하게 다려놓은 교복을 입고 등교를 했어요.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했었죠. 제가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어지르는 일밖에 안 했던 중학교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공부하면서 자신을 챙기기 버거울 텐데 서툴지만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더라고요. 그런 일상에 고민이 생기셨네요. 같은 방을 쓰는 친구가 남의 물건을 막 쓰고 잘 씻지도 않는다구요. 불편함을 주는 그 친구에게 다른 방에 가라고 말을 하기 어렵고, 이렇게 지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당신의 고민은 분명 쉬운 문제는 아니에요. 상대방에게 느낀 불편함에 고민하는 건 사실 중학교 때만 겪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하고 있는 고민이거든요. 당신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갖고 있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요? 말하기 난처하고,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이 고민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중학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저도 문제에 부딪히면 당신처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며칠을 고민한답니다. 이런 고민 앞에서는 무엇을 선택하든 쉽지 않다는 걸 먼저 인정하게 돼요. 말하지 않는 선택도, 꺼내는 선택도 각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으니까요. 요즘에 전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을 너무 무겁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모든 고민이 가벼울 수 없지만 조금 덜 무겁게 안고 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의 편지를 읽으면서 한 그림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그림책 속 할아버지의 유쾌함을 당신에게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어허! 괜찮아요, 괜찮아.

그 도깨비 뿔, 내가 한번 닦아보고 싶구먼"

- 그림책 괜찮아요, 괜찮아 중에서 -


이 그림책 속 할아버지는 불쑥 찾아온 도깨비 손님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요. "괜찮아"라고 하며 도깨비를 이웃처럼 대하며 밥을 나누고 목욕을 함께 하고 새 팬티까지 건네주지요. 도깨비들의 실수로 배꼽이 이마에 붙었지만 이 마저도 웃으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한답니다.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이 있잖아요. 온전히 내 노력만으로 할 수 없는 고민들. 인간관계가 특히 그렇죠. 그럴 때 저는 이 할아버지를 생각해요. 혹시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이 한마디로 많은 부분이 풀리기도 하거든요.


몇 번의 계절이 바뀌면서 과일이 익어가는 것처럼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을 여러 번 더 하고 나서 어른이 될 거예요. 자신의 고민을 글로 잘 표현해 낸 당신의 편지를 보면서 이미 어른이 된 제가 보기엔 당신은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실 것 같아요. 당신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몇 번의 계절 뒤, 어른이 된 당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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