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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Jul 05. 2022

 「어느 날 우리 집에 우주고양이가 도착했다」

사회복지사의 서재 독서 기록

인권을 정의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생활에서 권리를 인식하게 될 때까지 익숙해지면 좋겠다. 시작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지만, 훗날엔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될 거다.


중학생 때 전국의 학교 또는 특정 지역 내의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일제히 치르는 시험인 일제고사가 있었다. 시험을 보고 나면 성적을 나열하고, 평균을 구해 지역별, 학교별 학업 수준을 메겼다. 어느 날 학교의 몇몇 선생님께서 교문 밖에서 시위하셨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98년에 전국 학생을 점수대로 줄을 세우고, 과외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폐지가 확정됐다.


성적을 성공 기준으로 두는 건 잘하는 사람만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거다. 모두가 그럭저럭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에게 뭘 알려주고 싶은 걸까?, 공부는 왜 해야 할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공부한다. 일상에 성적은 필요하지 않다. 매일의 주인공은 '나'라서 1등도 꼴등도 나밖에 없다. 행복의 가치 기준을 '남'에게 둘 때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가질 수 없는 것과 할 수 없는 건 구분하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지.


놀이가 그저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 기능만 하는 건 아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해야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놀이 과정에선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수시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놀이를 열고(규칙을 설명하고 진행하는 일 등), 닫는 것(정리 방법 등)도 일상에 필요한 기술이다. 잘 놀아야 일을 잘 하지 않을까.


손에 적당히 힘을 주는 일, 반듯하게 종이를 접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어린 날부터 지금까지 쌓인 경험의 결과다. 과학 발전으로 편리한 생활을 하는 것 또한 감사하지만,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순간 손을 쓰고, 생각해서 문제 해결하는 방법을 잊는다. 기기로 대체되는 사회가 조금 두렵다.


싫은 경험을 하면 좋은 기억으로 덮기 위해 다시 도전한다. 괴로웠던 과거가 나를 성장하지 못하게 붙잡으니까. 주인공 로다가 평소 끔찍하게 싫어하던 '보라색'이었지만, 우주고양이를 만나면서 '보라색'을 예뻐하게 된 것처럼. 앞으로 로다는 보라색을 통해 더 많은 세상을 만날 거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수업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재미만 남는 게 아닌 즐거우면서 배움이 있는 수업을 위해서 고민하고, 수정하고, 아이들 반응 보고, 다시 수정하고.


집에서 학교에서 천 마리 종이학을 접었던 초등학생. 그때 누구도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다. 선택받은 아이가 되어 디지몬을 갖고 싶어 했고, 마법 소녀가 되고 싶던 순수한 어린이에게 가족은 학종이를 사 주고, 접는 법을 가르쳐줬다.


꿈을 꾸는 어린이를 지켜준 거로 생각한다. 무지개색 학 천 마리를 다 접고, 커다란 유리병에 넣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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