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기 전에 차부터 알자
사이드 미러를 먼저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요,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요, 안전벨트를 매거나 자세에 맞게 시트를 조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계기판을 확인하는 것이다. 각종 거울, 시트, 내비게이션 등등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가장 중요한 계기판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핸들을 잡고 나면 간혹 기억했던 것을 잊곤 하는데 운전은 그만큼 신경 쓸 게 많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시동을 켜면서 가장 중요한 계기판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과한 조언이 아니다.
계기판은 자동차의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비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어떤 조직의 경영자 또는 요직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보자. 만약 비서나 참모의 사전 설명 없이 중대사를 치른다면 분명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조직의 상태도 모르면서 이런저런 지휘와 명령을 하면 과연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까? 따라서 계기판을 본다는 것은 자동차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듣는 것이다. 차량의 연료가 얼마나 있는지부터 라이트의 조명 여부, 문이나 트렁크 열림 여부, 주차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등 반드시 신경 써야 할 것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이나 사이드 미러, 시트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은 차 안에서 직관적 알아채거나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엔진의 상태, 타이어의 공기압 등등은 운전석에 앉아 있다고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만약 계기판을 통해 차량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지 않는다면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거나 귀찮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높은 확률로 생길 수 있다. 애지중지하기도 하지만 때론 날 배신할 것만 같아 무서운 차에 대해 먼저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럼 계기판을 보지 않아 생기는 돌발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가장 대표적인 예로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된 상태로 주행하는 것이다. 주차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로 주행하면 경고음이 나는데 초보운전자들은 이 경고음이 단순히 안전벨트를 안 매서 난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아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곤 운행 중 “오늘따라 차가 영 안 나가네.”라고 의아해한다. 그러다가 계기판에 주차 브레이크 표시를 확인하고서야 땀을 찔끔 흘리며 브레이크를 푼다.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 브레이크를 걸려는 찰나 “뭐야, 브레이크가 걸려 있었네.” 하면서 아연실색하는 경험, 베스트 드라이버라도 초보시절엔 한 번씩 겪어 봤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마주오는 차들이 있음에도 상향등(쌍라이트 또는 하이빔이라고도 한다)을 켠 줄도 모르고 운전하거나 안개가 자욱한 길에 미등(안개등)을 안 켠지도 모르고 운전하기도 한다. 비가 안 온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비가 내리는데 트렁크가 열린 채로 운전했다면 뒷감당할 일이 생기고 만다. 이처럼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아 생기는 돌발적인 상황은 제법 많다. 이러한 상황들은 운전자가 갑작스럽게 차를 세우게 할 수 있고 실수에 대해 운전자 스스로 의기소침해지거나 쓸데없이 예민하게 만든다. 또한 차량의 성능이나 상태를 저해할 수도 있다.
많은 초보운전자들은 계기판의 표시가 무엇인지 몰라 주변에 물어보거나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계기판의 표시등은 사실 숙련된 운전자라고 할 지라고 다 이해하고 있는 이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알고 있다고 한들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 말인즉슨 초보운전자가 그 많은 표시를 다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과도 같다. 그래서 자동차의 편의성의 발전으로 생겨난 계기판의 표시는 제쳐두고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경보등의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계기판의 경고등은 색에 따라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녹색으로 나뉘는데 먼저 붉은색은 강한 경고를 뜻한다. 즉시 차량을 안전한 곳에 주차해 차량을 확인해 보거나 가까운 정비소에서 신속한 정비를 받으라는 의미다. 노란색은 약한 의미의 경고로 즉시 정비를 받을 건 아니지만 숙지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빠른 시일 내에 점검을 해야 한다는 뜻. 파란색과 녹색은 거의 같은 의미로 차량의 특정 장치 또는 기능을 작동시켰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특정 장치와 기능이 당장 필요한 지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 이러한 표시도 흘려 봐서는 안된다.
1. 엔진오일압력경고등: 주행 중에 이 경고등이 표시되면 엔진 오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안전한 곳에 주차하여 보닛을 열고 엔진오일 잔량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즉시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을 점검받아야 한다. 다른 것도 아니다. 엔진이다. 반드시! 즉시! 필시! 점검받으러 가자.
2. 엔진온도계: 주행 중에 이 경고등이 표시되면 이는 냉각수의 부족이 큰 원인이므로 당장 점검을 받아야 한다. 방치하게 되면 엔진과열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계기판 상에 별도의 경고등 없이 눈금과 침으로 표시된 모델도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는 H와 C의 정중앙 또는 그보다 조금 아래의 눈금을 침이 가리킨다. 만약 침이 들쭉날쭉 왔다 갔다 한다거나 H를 향해 위로 치솟는다면 정비를 받자.
3. 브레이크 경고등: 시동을 켰을 때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 유무를 떠나 불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차 브레이크를 풀었음에도 계속 불이 들어오거나, 운전 중에 경고등이 갑자기 뜬다면 브레이크 액 부족이 의심되므로 반드시 점검을 받자.
4. ABS경고등: 시동을 걸면 불이 들어왔다가 몇 초 후에 꺼지는데, 5초 안에 안 꺼지면 역시 ABS를 정비받아야 한다.
5. SRS경고등: 시동을 걸면 불이 들어왔다가 몇 초 후에 꺼지도록 되어 있는데 5초 안에 안 꺼지고 계속 불이 들어와 있다면 에어백과 관련된 정비를 받아야 한다. 운전장치가 아닌 안전 장치기 때문에 등한시할 만도 하지만 꼭 정비를 받도록 하자.
6. 엔진체크등: 시동을 켜기 전 전원 공급 단계에서는 켜졌다가 이후 시동을 걸면 꺼지도록 되어 있다. 만약 주행 중에 엔진체크등에 불이 들어 오면 연료공급이나 배기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시간이 되는 날에 꼭 정비를 받도록 하자.
7. 배터리 경고등: 배터리 방전, 팬 벨트 단락, 충전 미비 시 불이 들어온다. 이때 계속 주행을 할 경우 배터리가 방전되어 주정차 후에 시동이 안 걸리는 불상사가 생긴다. 정비를 받고, 만약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면 당장 바꾸자. 배터리는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10~15만 원 정도 든다.
8. 연료경고등: 다들 알겠지만 연료가 없다는 뜻이다. 차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불이 들어온 이후부터는 약 20~40km 정도는 주행할 수 있다.(물론 운전상태에 따라 그 이상이나 그 이하를 달릴 수도 있다.) 그 이후로는 차가 강제로 파업하니 너무 싼 주유소 찾지 말고 어서어서 차에게 보상을 내리자.
9. 타이어압력경고등: 타이어의 공기압이 적정치 미만이라는 뜻이다. 비록 노란색 경고등이지만 각별히 주의할 필요는 있다. 대부분은 주변 환경이나 타이어 공기압 충전을 게을리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타이어가 상했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펑크가 난 상태로 주행하면 상당히 위험하고, 장기간 주차한 경우 당장 주행이 불가하므로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
10. 예열표시등: 흔히들 돼지꼬리라고 하는데, 경유(디젤) 차량에서만 등장하는 표시다. 시동을 켜기 전 전원을 켜면 이 표시등이 정상적으로 켜지는데 차량이 예열 중이라는 뜻이다. 이후 예열이 완료되면 꺼진다. 이후 시동을 걸어 운전을 하면 되고, 만약 운전 중에 이 표시가 뜬다면 차량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정비를 받아보자.
11. 전조등 표시등: 말 그대로 야밤에 우리가 켜는 전조등이다. 둥근 라이트 모양에 빛이 아래로 내리 쐬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명 스위치 스틱에 보면 해당 아이콘이 표시되어 있다.
12. 전조등 상향 표시등: 야간에는 전조등을 사용하지만 라이트를 제어하는 왼쪽 스틱을 밀어내듯 지그시 누르면 상향등도 켜진다. 윗 사진이랑 묘하게 같은 듯하지만 다르다. 색깔만 다른 것이 아니라 모양을 보라. 빛이 아래가 아닌 전방으로 쏘아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상향등은 불빛이 거의 없는 외지 또는 앞서가는 차, 대향차(반대편에서 마주오는 차량)가 없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만약 상향등을 켜고 운전하면 대향차 운전자는 눈이 부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고, 앞서 가는 차량의 거울에도 빛이 반사되어 역시 눈이 부신다. 정말로 시야가 부족하지 않은 이상 웬만해서는 켜서는 안 된다. 한편 안개가 낀 날에는 빛이 산란되어 자신의 시야를 방해하므로 켜면 안 된다.
13. 안개등: 안개등은 이름 그대로 안개가 낀 날만 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 자기 차량의 위치를 알리고 싶은데 전조등을 켜기에는 빛이 너무 많아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경우에,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요즘 나오는 데이라이트 차량 소유자라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시동을 걸기 전 차량에 전원이 공급되면 계기판에 여러 경고등이 켜진다. 그렇다고 차량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그것은 컴퓨터 모니터로 치자면 로딩 화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후 시동을 최종적으로 켰을 때 4~5초가 지났음에도 앞서 있던 경고등이 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면 그때 가까운 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받도록 하자. 그리고 센서 고장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계기판에 불이 들어와 정비를 해봤는데 별거 아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안전을 중시하는 운전인 만큼,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계기판의 경보에 주의해 정비를 받도록 하자. 그리고 운전 중에 상기한 이상 징후를 알려주면 숙련된 운전자라고 할 지라도 처음엔 당황할 수 있다. 초보운전자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타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비싸든 싸든 상당한 내구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고 시장에 나오는 제품이다. 계기판의 표시등에 대한 내용도 모르고 그저 생각 없이 계속 타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표시등을 발견하고 정비를 신속히 받으면 그리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운전 중 경고등이 켜졌을 경우 당황해서 급히 주차하거나 허둥지둥하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