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한다

바쁠수록 느긋하게

by 두부마니아

초보운전자는 왜 숙련된 운전자보다 긴장하는 걸까?

초보운전자들은 차에 들어서기 전부터 걱정과 긴장을 한다. 좌회전을 해야 하는 데 좌회전 차선에 못 들어가면 어쩌지? 우회전할 때 브레이크는 언제부터 잡아야 하지? 차선 변경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등등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다양한 경우에 대해 걱정한다. 하지만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운전을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것을 단번에 잘 해낼 수 있겠는가? 다만 이런 과한 긴장은 운전자의 운전자세를 경직시키고 비교적 사소한 변수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따라서 초보운전자들은 과도한 긴장과 걱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는데 그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뇌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운전 중에 습득한 경험들을 우리의 뇌에 저장한다. 사소한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어떠한 경험을 하든 그것은 우리 뇌에서 하나의 데이터로 저장이 되고, 반복적으로 실행되었을 때는 그것이 습관처럼 우리 몸에 베이게 된다. 일일이 그것들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한편 좌회전을 하는데 옆에서 함께 좌회전을 하는 차가 자기 앞을 가로막는다거나 우회전을 하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때문에 급정거를 해야 했을 땐, 일종의 위험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뇌에 조금 더 특별하게 저장된다. 이것은 앞서 말한 사소한 좌회전과 우회전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같은 행위라고 할 지라도 돌발변수가 생긴다면 나중에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한다.

운전하는 것을 '구구단 풀이'라고 가정했을 때, 구구단을 4단까지 외운 사람과 9단까지 외운 사람의 암산 실력은 분명 차이가 날 것이다. 물론 산수 문제는 9단까지 왼 사람이 더 잘 볼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4단까지 외운 사람이 5단 이후의 문제가 나오진 않을까 걱정하고, 9단까지 다 외운 사람이 그다지 걱정하지 않듯, 운전 역시 마찬가지다. 초보운전자와 숙련된 운전자가 치르는 운전이란 시험에서, 서로 느끼는 난도의 차이는 필연적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숙련된 운전자보다 초보운전자가 더욱 긴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운전에 대한 스트레는 초보든 숙련자든 모두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리는 구구단 풀이를 하는 것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전을 한다. 하지만 구구단 풀이에 비해 운전은 고도의 사고능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평상시에 운전을 할 때는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돌발적인 상황이 나타났을 때 머리가 복잡해지는 걸 많이 느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정체된 구간에서 차선 번경을 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좀처럼 생기지 않을 때가 있다. 변경해야 할 차선의 차량과 자기 차와의 거리를 재고, 그 차가 서는지 가는지, 내 차가 앞으로 가야 할지 서야 할지, 천천히 간을 보면서 우리는 아주 복잡하게 계산한다. 이럴 땐 숙련자도 초보운전자 못지않게 머리가 띵해지는 걸 느낀다. 어쨌든 운전이란 행위는 두뇌활동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은 똑같다. 운전자 중에서 몇몇은 평소 점잖다가도 운전을 하면 괴팍해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전제로 하고 운전을 해야 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운전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느긋하게 타는 것은 단순히 속도가 느린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는 초보운전자의 강한 긴장과 운전 중 수반될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를 누그러트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스스로가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초보운전자이기 때문에 속도를 천천히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분해져야 한다. 초보운전자가 어려워하는 차선 변경을 예로 들어보자. 차선 변경을 할 때 당장 차선을 변경하기 곤란하거나 정말로 자신감이 없다면 다음 블록에서 타이밍을 잡도록 하자. 실제로 초보운전자들은 차선 변경이 여의치 않음에도 심리적으로 쫓기는 느낌이 들어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마치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관박관념을 느끼듯이 말이다. 분명한 것은 초보운전자들이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는 자기의 운전능력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것은 높은 확률로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상황이다. 숙련된 운전자라면 가능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런 능력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숙련된 운전자도 자기 수준에서 차선 변경할 타이밍이 없다거나 놓쳤다면 다음 블록에서 시도한다. 물론 짜증을 내거나 욕설을 내뱉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시간이 다소 낭비되어도 좋으니 느긋하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초보운전자는 단순히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몇 년 간은 운전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항상 염두하자. 나의 운전 능력이 구구단으로 치면 3단까지 외웠는데 갑자기 어려운 4×4의 문제가 나왔다면 곱하기로 풀려고 끙끙 앓을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4+4+4+4, 더하기로 풀어야 한다. 절대로 조급해지지 말자. 그러다 보면 원리를 깨닫고 시간이 지나면 절로 4단 문제를 암기를 하듯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초보운전 스티커는 꼭 붙여야 하는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현실적으로 확 와 닿는 이야기다. 초보운전자들은 차량 뒷 유리에 초보운전 스티커를 많이들 붙이고 다닌다. 초보운전자의 돌발적인 행위를 다른 차량에 예고한다면 뒤차가 아무래도 좀 더 조심할 수 있고 양보나 서행을 유도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런 배려가 있는 운전자도 많지만 우리나라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의식을 보자면 오히려 무시 받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오히려 초보운전자라고 뒤차가 무리하게 앞지르기, 끼어들기를 하거나 경적을 심하게 울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초보운전 스티커가 정말로 필요한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초보운전자라는 사실이 명백하고 이로 인해 다른 운전자로부터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면 연습주행이든 아니든 붙이는 게 좋을 것이다. 어떤 스티커를 붙일지는 본인의 자유이긴 하다만 이왕 스티커를 붙일 거면 그것대로 예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스티커들이 너무 쉽게 보여 참으로 안타깝다.

위와 같은 스티커를 붙인다면 뒤에 있는 운전자들은 일종의 협박 같은 걸로 인식한다. 아무리 개성시대, 자기 PR시대라고 하지만 이런 스티커는 운전자에게 불쾌함만 야기할 뿐이다. 초보운전자는 배려의 대상 일순 있지만 다른 운전자들에게 반드시 배려를 받아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어디 안 바쁜 사람이 있겠는가? 핸들만 잡으면 모두 저마다 바빠진다. 즉 운전하는 행위 그 자체는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운전 중에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하지만 이런 스티커를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초보운전자가 뭔 벼슬인가?'라고 인식한다. 마치 양보나 서행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 뒤차가 기분 좋게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오히려 난폭하게 추월하거나 끼어들기를 할 수도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안 붙이는 게 낫다. 운전은 장난이 아니다.

붙이거면 차라리 시중에 판매하는 스티커보다 A4용지에 인쇄한 걸로 갖다 붙이자. 할 거면 '진지하게' 궁서체로 '초보' 또는 '초보운전'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적는 게 좋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는 진짜 이유를 뒤차는 아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붙이고 떼기도 좋고 비용도 거의 안 든다. 이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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