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초보인 시절은 있는 법
나는 스무 살이던 그해에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였다. 다들 그렇겠지만 운전면허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포터를 타고 운전하였다. 오토매틱이 아닌 수동변속기라 처음에는 참 많이 시동을 꺼트렸다. 시동만 꺼트렸으면 다행이지만 주차부터 시작해서 차선 변경, 골목길 주행, 회전, 안전거리 유지 등등 하나부터 열 가지 긴장되고 어설프고 힘들기만 했다. 그런 초보운전이 장롱면허로 이어졌다. 면허를 취득하고 제대로 된 운전도 못해보고 4개월이 지나 군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전역한 이후로도 운전다운 운전은 거의 못 해본 것 같다. 이후 27살, 그러니깐 운전면허를 딴 지 7년 만에 출퇴근을 하느라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버지 차를 타기로 하는데 그 당시 아버지 차는 무쏘였다.
출퇴근은 해야 했고, 다른 교통수단이 없어 아버지 차를 몰긴 몰아야 했는데, 과연 이 차를 제대로 몰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로 무쏘를 보듯 크다는 걸 넘어 거대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운전하는 내내 긴장하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도 어릴 적 포터를 몰 때보다는 나았다. 수동이 아닌 오토매틱이었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 지 어렸을 때보다 덜 긴장했다. 한 달 정도 타보니 감도 오고 요령이 쌓여 회사차인 구형 모닝을 몰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난관에 봉착했다. 대뜸 회사의 상사가 회사 차 중 스타렉스를 몰고 부산에 있는 협력업체로 파견을 가라는 것이었다.
처음 스타렉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길(악명 높은 부산!), 길도 잘 모르고, 차체에 대한 감도 안 오고, 옆에서는 상사가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하는 통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차를 몰아야 했다. 이후 스타렉스 운전병 비슷하게 되어 거의 매일 스타렉스를 타고 운전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주차를 하다가 몇 번 콕! 하고 지어 박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운전을 하였고 이후 운전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능숙하게 운전을 하게 된 것도 5년이 다 되어 간다. 대형버스까지는 아니지만 미니버스라고 불리는 카운티도 제법 잘 운전하고 있다.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면 초보운전이라는 꼬리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모든 숙련된 운전자가 초보운전 자였듯, 모든 초보운전자도 숙련된 운전자가 될 수 있다. 이건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법령 중 도로교통법에서는 초보운전자를 정말 친절하게 명시하였다.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7. "초보운전자"란 처음 운전면허를 받은 날(처음 운전면허를 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운전면허의 취소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그 후 다시 운전면허를 받은 날을 말한다)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 이 경우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만 받은 사람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외의 운전면허를 받은 경우에는 처음 운전면허를 받은 것으로 본다.
법문에서는 면허 취득 후 2년 내 면허가 취소되거나,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를 취득한 경우를 제외하고, 면허를 취득한 지 2년만 지나면 초보운전자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률 상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한 단서에 불가할 뿐, 현실에서는 면허를 딴 지 2년이 넘어도 운전하길 겁내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장롱면허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2년이 넘도록 운전을 꾸준히 하지 않는다면 초보운전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힘들다. 그건 본인이 운전에 소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질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운전을 2년 동안, 아니 1년이라도 자주한 사람은 엔간하면 초보운전자라고 자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롱면허는 제쳐두고, 만약 당신이 2년이 넘도록 꾸준히, 자주 운전을 하면서도 초보운전자라고 자처한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초보운전의 정의는 이렇다.
운전 중 과도하게 긴장하고, 도로교통법과 자동차의 지식을 탐구할 의욕이 없고, 위기에 대한 판단력과 위험에 대비한 침착성이 부족한 부주의 운전자
본인 스스로 초보운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필자의 정의에 해당되는지 생각해보자. 이 중에서 한 구(句)라도 해당되면 초보운전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필자의 정의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나는 '도로의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 기준으로 초보운전자인 사람이 주관적으로도 초보운전자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다행이고 오히려 고맙고 대견한 일이다. 그러므로 초보운전자라고 생각하고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은 절대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시한폭탄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필자는 이 매거진을 통해서 운전자라면 필히 알아야 할 것과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알면 유용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게시할 것이다. 운전자의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서 숙지해야 할 자동차의 지식, 운전의 요령, 도로교통법의 해석,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 어쩌면 상식적이고 사소할 수밖에 없는 것들 모두를 말이다. 대부분의 독자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할 지라도 필자는 간단하게나마 짚어줄 것이고 거기에 대한 통념, 오해, 잘못된 지식을 교정할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장롱면허인 여자 친구가 새 차를 구입하고 한창 운전을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조금이나마 빨리 초보운전을 벗어나고자 의욕적으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행여나 잘못된 정보나 어설픈 조언이 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년간의 운전경험과 수많은 교통사고처리, 업무적으로 공부해야만 했던 도로교통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자 친구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매너 있는 운전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이 글을 초보운전자, 장롱면허 소지자(?) 모두와,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바치면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