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과자 봉지에 담긴 천국의 결산
흙먼지 묻은 발바닥과 고물 자전거
오늘은 2025년 12월 마지막 주일이다. 한 해 동안 힘들었던 일 기뻤던 일들이 밀려오면서 이제 마감을 한다. 52주 동안 뙤약볕을 뚫고, 혹은 비바람을 뚫고 매 주일 예배 자리를 지켰던 아이들의 까만 얼굴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사랑스럽다.
한국교회 주일학교는 52주 개근하는 어린이들이 꽤 있다. 성도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예배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우리 디모데교회는 안짠 동네에서 10~15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와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만 되어도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온다. 멀리서 우리 부부를 보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달려온다. 아이들의 발바닥은 흙먼지로 더덕더덕하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어린 동생과 함께 오는 모습을 보면 애처롭다. 어떤 어린이는 어린 동생 두 명을 태우고 오는데 힘겨워 보이지만 모두가 자전거 선수들이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작은 간식을 하나씩 준다. 간식을 주면서도 늘 미안한 마음이다. 좀 더 큰 봉지의 과자를 주면 좋은데 어린이들이 많으니 많은 달러를 매주 지출하기가 어렵다.
“줌립리어” 하면서 손을 손들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작은 과자 봉지 하나에 만족하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하나님께서 이 작은 과자 봉지보다 더 큰 하나님의 위로가 이 아이들의 평생을 붙들어주시기를 바란다.
예배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믿음이 있어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교회가 좋아서, 또는 매주 학교가 아니, 전 학년이 모여 찬양 부르고 말씀 암송하고 친구들 만나고 하니 분위기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
디모데교회는 다른 교회와 어린이들을 관리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사실 간식을 받으러 오는 어린이들이 많다. 초등학생 2~3학년 되는 어린이가 이제 유치원생을 자전거에 태우고 교회 오는 모습이 너무나 이쁘지만, 그 어린이가 믿음이 있어서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디모데교회는 한국처럼 매월 생일 선물을 주지 않는다. 한국 주일학교에서도 매월 생일 선물을 챙겨주는 교회도 많다. 그러한 일이 캄보디아 교회에서도 그대로 행해진다. 한 아름 생일 선물을 챙겨주는데 교회 나오지 않을 어린이들이 있겠는가? 그러나 진정으로 어린이들을 위한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의 종들에게 각각의 은사를 주셨다. 그런데 마트에 가면 일괄적으로 똑같은 제품을 파는 상품이 아니지 않은가.
디모데교회는 생일 선물이 없다.
그러나 12월 마지막 주일이 끝나고 나면 출석부를 확인하여 개근, 정근상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올해도 정근상 초등부 3명, 청소년부 2명이 있었다. 예배 후 그들을 강대상 앞으로 불러 세우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전해주었다.
마태복음 25장 19절의 "오랜 후에 주인이 돌아와 그들과 결산할새"라고 하는 말씀대로 목회한다. 선물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이렇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 나는 리더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 믿음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예배를 잘 드리는 리더들과 그렇지 않은 리더들이 확연히 표시가 난다. 다만 내가 그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똑같이 대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체크를 한다.
상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훗날 우리가 천국 문 앞에서 주님께 받을 '최종적인 결산'을 투영해 본다.
"어꾼쯔라은(정말 고맙습니다)"하고 속 짠티(초2학교)가 나에게 안기며 인사를 하고 동생과 함께 신이 난 모습으로 집으로 향했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주님의 음성이 어린아이들의 마음속에 조금씩 스며들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주님 앞에 드릴 결산 보고서(원고)를 어떻게 써 내려가고 있는가? 하고 주님 앞에 물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러분의 2025년은 어떤 결산으로 남았습니까? “
사실 나의 원고 역시 주님 앞에 드릴 작은 과자 봉지 같은 것일지 모른다.
최근 7년 사역의 기록을 정리하며 원고를 다듬고 있다. 2025년 마지막 주일,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 결산의 시간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원고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