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간수도 막지 못한 금지된 설교

졸지에 목사가 되다

by 임래청


간수는 물러가라!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누가복음 23장 39~43절을 읽고 구원에 대한 설교를 시작했다. 내가 철창을 잡고 설교를 이어가자, 두 간수가 급히 내 앞에 와서 섰다.

"당신, 조용히 하세요. 여기서는 예배를 드리지 못합니다!" 간수가 설교를 제지했다. 가슴은 떨려왔지만, 여기서 중단하면 개인적인 망신은 물론이고, 매일 운동장에서 만날 1호실부터 12호실까지의 수감자들 앞에서 '용기없는 사람'으로 창피를 당할 것 같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간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보시오, 지금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방해하지 마세요!“

이때 나의 6호실 동료들이 모두 일어났다. 그리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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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는 예배를 방해하지 말고 물러가라!" 복도 전체에서 동조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간수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급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여 큰 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나는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더욱 큰 소리로

"저리 비키시오. 금방 끝납니다!"라고 외쳤다. 간수들은 감당할 수 없었는지 "그럼 큰소리로 하지 말고 작은 소리로 하고 빨리 끝내세요"라고 말한 뒤, 육중한 철문을 '꽝' 닫아버리고 자물쇠를 채웠다. 그 순간 모두가 너무 조용해져 적막감이 흘렀다.


비웃음 섞인 "나무아미타불"과 뜨거운 "아멘"

나는 말을 이어가 아버지와 아들 사형수의 이야기를 비유로 들며 예수님의 대속(代贖)에 대해 설교했다.

"여러분들이 무슨 죄를 짓고 여기에 왔는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다 아십니다. 부디 예수 믿고 구원받는 여러분이 되십시오.“

설교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아멘!", "옳소!"가 터져 나왔고, 바로 옆방에서는 또다시 "웃기지 마라. 너나 구원받고 천국 가라! 나무아미타불!" 하는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찬송이 다시 불리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다. 나의 방 동료들은 손뼉을 치며 "목사님, 잘했습니다!"라고 외쳤다. 나는 순식간에 목사로 격상되었다.

졸지에 목사가 되었다


'목사님.' 나는 목사가 아니었다. 사업가였고, 실패자였고, 현재는 재판을 기다리는 미결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육중한 철창 앞에서 간수와 스님들의 위협을 무릅쓰고 외쳤던 그 금지된 설교는 나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이름을 새겨주었다. 동료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외쳤던 그 세 글자, '목사님'은 세상이 준 훈장이 아닌, 절망이 나에게 부여한 사명이었다.

그날의 예배는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감금의 벽을 뚫고 터져 나온 거룩한 반항이었다. 내 설교가 끝난 후에도 옆방에서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비웃음이 들려왔지만, 그 소리는 오히려 나의 떨림을 잠재웠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옳고 그름을 논쟁하는 신학자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절망하는 영혼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였다.


나는 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이 감옥에 왔지만, 이제 다른 사람들의 절망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행위 속에서 나의 고통이 비로소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스님들이 힐긋힐긋 쳐다보고, 수감자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나의 고난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구나. 내가 겪었던 부도와 체포, 구치소 생활의 모든 모멸감은 훗날 이방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라는 가장 귀한 무기가 될 것이었다.


킬링필드까지 이어질 운명의 서막

졸지에 얻게 된 '목사'라는 이름은,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 비록 내가 설교한 공간은 좁디좁은 감방이었지만, 그 메시지가 전달된 복도는 천 길 만 길 떨어져 있는 캄보디아 킬링필드까지 이어지는 영혼의 통로가 될 것을, 그 순간의 뜨거운 눈물과 떨림 속에서 예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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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운동장으로 나갔을 때 5호실 스님들이 나를 힐긋힐긋 쳐다보았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다가와 "목사님이셨군요?" 하고 물었다. 나는 목사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졸지에 18동 감옥에서 '목사'가 되어버렸다. 그 뒤로 우리 방 동료들은 계속 예배를 드리자고 했고, 매일 같은 방에서 지내는 재소자들에게 성경 말씀을 전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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