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킬링필드 아이들, 첫 극장 나들이

60여 명의 단체 영화 관람

by 임래청
청소년 첫 나들이

학창 시절, 늘 혼자였다. 특히 고등학생 때는 고독을 즐겼고, 달리기는 늘 전교 1등이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6년 동안 달리기 대표 선수로 살았다. 세월이 흘러도 목표가 정해지면 끝까지 질주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은 여전하다. 이 낯선 캄보디아 땅에서도 그 기질은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뜨겁게 요동치곤 한다.


세상은 각자의 트랙 위에서 정해진 길을 빨리 걷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이방인이 되어 뜨거운 햇살과 진흙탕 길을 만났을 때, 자주 길을 잃고 멈춰 서야 했다. 그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함께 걸어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동행은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주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었다.

현지 리더 호안에게 깜짝 제안을 던졌다. "호안, 청소년들과 시내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한 번 볼까?" 호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정말요? 아빠, 저희가요?"


영화 내용을 확인하고 대형 버스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60명의 단체 관람을 위해 극장에 할인 요청을 하는 등 일사천리로 준비가 진행되었다. 중고등부 학생들과 리더들은 난생처음 해보는 극장 나들이에 긴장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시내 중심의 높은 건물과 화려한 조명, 유럽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식당 풍경은 아이들에게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낯선 분위기에 압도되어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수저를 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참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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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깨달음은 영화가 끝난 뒤에 찾아왔다. 활짝 웃으며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손짓을 마주하는 순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베풀었다'고 여겼던 그 시간은, 사실 서로의 마음을 채워가는 '동행'의 시간이었다. 그날의 나눔은 일방적인 선물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들어가 마음을 주고받는 소중한 교감이었다. 그 후로도 단체로 식물원과 앙코르와트 나들이 등을 가졌다.


동행의 깨달음은 일상으로 이어졌다. 맨발로 뛰어와 손을 잡아주는 학생들, 마른 손으로 소박한 음식을 나누는 마을 사람들. 그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복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지만, 오히려 그들로부터 삶의 진리를 배우고 있었다. 가진 것을 나누는 행위보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를 말이다. 진정한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 걸어주는 것, 말없이 곁에 앉아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라디아서 6:2)


캄보디아의 흙먼지 길 위에서 이 말씀은 비로소 육신이 되었다. 길을 안내하고 복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으나, 오히려 그들에게서 삶의 진리를 배우고 있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짐을 나누어지며 행복의 모양을 빚어가는 길. 고된 길이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에 이 길은 기쁨이 되고 있다.


"여러분은 오늘 누구와 함께 걷고 계신가요?"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