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치킨과 담배 한 모금의 은밀한 자유

강간법의 소동

by 임래청
2평 방의 긴장감, 그리고 단죄

”야, 너 지금 무슨 짓 하는 거야, 손 당장 안 빼!“

내가 소리쳤다. 좁은 방안에 갑자기 얼음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던가. 강간범 하나가 막내 동료에게 은밀한 짓을 시도하는 것을 목격하고 소리친 것이다.

옆에 있던 동료 OOO가 벌떡 일어나 강간범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손 빼, 개새끼야. 너 형님께 한 번만 더 걸리면 여기서 죽어 나갈 줄 알아. 아니면 당장 강간범들만 모인 방으로 옮겨 달라고 할 거니까 알아서 해.”

그날 이후 강간범은 복수할 눈치로 나를 살폈지만, 최고참인 나를 건드렸다가는 방 전체가 들고 일어날 분위기라 감히 덤비지 못했다. 20여 일 뒤, 그들이 다른 방으로 이감되면서 비로소 우리 방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기름진 치킨 한 조각의 위로

소동이 지나가고 평온한 토요일이 오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면회객을 기다리며 사식 메뉴를 의논했다.

“어이 김 형, 오늘 치킨 좀 부탁해.”

면회객이 넣어준 사식 치킨은 보리밥과 정체불명의 반찬에 지친 우리에게 최고의 특식이었다. 좁은 방에 모여 앉아 먹는 뜨끈하고 기름진 치킨 한 조각은, 잠시나마 담장 안의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맛있는 자유'였다. 그것이 당시 우리의 유일한 낙이었을지도 모른다.


007 작전, 담배 한 모금의 해방감

취침 시간 전, 방 안이 술렁였다. 낮에 면회 온 친구로부터 담배 한 개비를 몰래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반대했지만, 동료들의 눈빛은 이미 '금지된 작전'에 돌입해 있었다.

"형님, 지금부터 불을 만들 겁니다. 교도소 생활 2년 4개월 하며 배운 기술이죠.“

이 씨와 박 씨는 컵라면 뚜껑의 알루미늄 호일과 건전지를 이용해 믿기 힘든 기술을 선보였다. 순식간에 라이터처럼 불꽃이 일었다. 007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재소자들은 순번을 정해 창살 밑에서 망을 보았고, 한 사람씩 화장실로 들어가 금지된 연기를 마셨다. 화장실 창문이 밖으로 연결되어 있어 연기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깐돌이는 "형님 대신 제가 한 모금 더 빨고 죽겠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짧은 한 모금이 주는 해방감은 어떤 값비싼 사식보다 달콤했나보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았지만 그것은 억압된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준, 작지만 지독히도 은밀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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