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족발과 맞바꾼 대필

판사에게 보내는 진심

by 임래청
변호사 대신 선택한 정직, 그리고 6호실의 문장가

감방 안, 여기저기서 바닥에 엎드려 모두 열심히 편지를 썼다. "매균 형님도 쓰셔야죠?" 하면서 경제범 남 씨가 권했다. 나는 "괜찮아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오 씨는 다시 내게 다가와 "이 반성문을 써야 형이 감면되고 재판장도 좋게 생각합니다. 모두 다 쓰는데…." 라며 간절히 말했다. 오 씨는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였고, 나에게도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도록 권유했다. 국선 변호사는 선임비가 들지 않아 좋았지만, 나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변호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 때문이었다. 나를 재판해 주실 분은 하나님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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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은 "형님,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감면을 받으려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합니다."라며 야단이었다. 하지만 나는 경찰서에서 들었던 조언이 귓가를 맴돌았다. 경제사범이 돈을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수백만 원을 쓰는 것 자체가 재판장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스스로의 잘못을 정면으로 감당하기로 했다.


감옥 바닥에서 쓴 반성문이 꿀맛 같은 일탈이 되기까지

그러나 반성문은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볼펜을 쥐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나의 재판을 맡을 판사에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재판장에게 드릴 '반성문'을 쓰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 부도를 낼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잘못했으며, 사회에 나가면 꼭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수표를 회수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을 담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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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 한 점에 녹아든 동료애

방 동료들은 나의 반성문을 읽어보더니 자신들의 반성문을 고쳐 주거나, 아예 처음부터 다시 써 달라고 부탁했다. 약 3시간 동안 반성문을 고치고 쓰는 일에 몰두해야 했지만, 이것도 남을 돕는 일이라 기뻐하는 마음으로 썼다. "큰 형님, 저희가 돌아오는 토요일 맛있는 족발을 쏘겠습니다." 깐돌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와, 정말로요? 아, 토요일아 빨리 와다오." 막내는 기뻐했다. 그러면서 "소주만 딱 한 병 구할 수 있으면 죽여주는데…. 깐돌이 형님요, 방법 없습니까?" 하고 묻는다. 우리는 토요일 밤, 족발과 비빔 컵라면으로 잔치를 열었다. 냄새가 복도로 퍼질세라 조심하며 먹는 그 맛이란 세상에서 먹어볼 수 없는 꿀과 같은 일탈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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