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느강은 그곳에 있었다
40통의 옥중서신
옥중서신: 펜 끝에서 피어나는 자유와 판타지
거의 매일 나는 아내와 두 딸에게 편지를 썼다. 집으로 보내는 것은 1주일에 4~5통 정도로 제한되었고, 미처 발송하지 못한 편지들은 출소할 때 가지고 가기 위해 공책에 빼곡히 보관했다. 감옥에서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는 행위는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구속되지 않은 영혼의 증거였다.
아내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인 편지는, 내가 무엇을 썼는지 사전에 교도관의 엄격한 검열을 받아야 했다. 이 검열 때문에 편지는 늘 '나는 늘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 외에 구치소 생활의 비참함이나 자세한 현실을 담을 수 없었다. 이 강제된 검열 덕분에 우리의 편지는 현실을 잊게 해주는 가장 달콤한 판타지가 되었다.
비록 몸은 차가운 감옥에 있었지만, 펜을 들 때면 마음은 늘 아내와 함께했다. 내가 자주 편지를 쓴 또 하나의 이유는 아내가 면회를 올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이었다. 그래서 편지는 더 애절한 고백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마음껏 연애했고, 편지 속에서나마 멀리 파리의 세느 강이나 런던의 템스강을 거니는 상상을 하며 해맑게 웃었다.
"사랑하는 여보, 세끼 손가락! 당신과 파리에 가서 꼭 두 손을 잡고 세느 강을 거닐 거야, 당신 나 믿지?"
이렇게 속삭이며 보낸 약 40통의 편지와 아내의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구치소 생활의 유일하고도 절박한 낙이었다.
남편의 편지 1999. 12. 10.
눈이 펑펑 내리는 밤, 창살 넘어 가로등만 하얀빛을 토하는 풍경 속에서 나는 당신께 글을 씁니다.
주님이시여! 우리의 죄를 덮으시고 이제 용서하셨으니 당신의 음성 듣기를 바랍니다. 여보! 당신의 눈물이 강물을 타고 바다가 되어 넘쳐흐를 때 주님은 당신의 손을 잡아주시며 '내 사랑하는 딸아! 진정 나를 사랑하느냐?' 고 물어보실 것입니다. 나는 내가 당신께 지은 죄가 하나님께 지은 죄였고, 내가 자식들에게 화를 낸 것은 예수님께 화를 낸 것이었기에 이곳에서 용서를 빌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나와 우리 가족은 교만의 기도를 드렸을 것입니다. 주님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셨기에 나를 그냥 놔둘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께 부탁합니다. 기도하면서 나를 위해 울기보다는 우리 죄를 사하시려고 죽으신 주님을 위해 눈물을 흘리세요. 그러면 당신의 마음속에 그분이 임재하실 것입니다.
여보, 여기 세상에서 글도 모르고 불쌍히 살았던 한 영혼을 주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그를 날마다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청년은 울면서 "주님,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겠습니다"라고 기도합니다.
나의 구속이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가장 큰 위로였다.
아내의 답장: 인내와 믿음의 방패
아내는 면회를 오지 못했지만, 1주일에 두세 차례 편지를 보냈다. 그녀의 답장은 나에게 가장 강력한 인내의 방패였다.
[1999. 1. 5. 아내 지은으로부터]
여보! 오늘 거룩한 주일 예배를 드리고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오늘 설교 본문은 히브리서 10장 35~39절 말씀이었어요. 우리 담대함을 가지고 큰 상을 바라보며 인내를 가지고 뒤돌아보지 말고 믿음을 가지고 나아갑시다. 여보! 질투하시는 하나님께서 서로 너무 사랑하니까 잠깐 헤어져 있으라고 하신 것 같아요. 당신 그곳에서도 하나님의 말씀 전하면서 전도하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당신께서 그곳에서 목사님도 아닌데 안수기도하면 안 된다는 사실 아실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믿어요.
아내는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지만, 또한 어려운 소식도 전했다. "일본 Y사장이 법으로 처리했어요. 1월 29일 법원으로 나오라고 통보가 왔어요."
아내는 내가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교회 사모님이 토요일에 함께 면회 가자고 하면 아내는 "그냥 하나님께 기도만 하고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오지 않았다.
하지만 면회를 오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었다. 아내는 매일 면회를 오고 싶었지만, 만약 면회를 온다면 아내 역시 여자들이 수감되어 있는 감방으로 바로 잡혀가야 하는 절박한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1999. 1. 9. 남편으로부터]
당신이 메모해 보내주신 성경 말씀을 모두 찾아서 다 읽었습니다. 고맙구려. 요사이 매일 운동할 때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올해는 꼭 당신과 다정히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와 영국에 가는 상상을 합니다. 분명 그럴 것입니다. 이제 여기서 나가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여긴 복음 전하기가 너무 쉬워요. 종일 함께 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으니 복음을 전하면 도망가지도 못하고 끝까지 다 들어야 하거든요. 지금까지 5명의 영혼을 주님께 인도했어요. 오늘은 특히 두 명은 종일 성경책을 읽으며 궁금한 것을 많이도 물어보았어요. 방해꾼이 있지만, 하나님이 곧 조치해 주실 것이라 믿어요.
[1999. 1. 18. 아내 지은으로부터]
당신이 찬물로 머리를 감는다고 하니 참으로 건강해요. 수요일 저녁에는 당신이 늘 기도하던 강대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면서 하나님께 떼를 쓰면서 밤샘 기도를 하였어요. 하나님이 왜 아무 대답도 없으시고 지켜만 보고 계시냐고 떼를 썼지만 아무 대답이 없으셨어요.
많은 집사님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빨리 나와 당신과 함께 열심히 전도해서 주일학교를 부흥시켜야 해요. 여보, 우리 고생대학 인내 과를 잘 참고 졸업하면 하나님께서 큰 복을 주실 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