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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Jul 28. 2021

퇴근길

Life in Canada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스쿼미시의 여름은 건기라서 비가 자주 오지 않아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집에서 7.5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일하는 곳이 있다. 자전거로 23분 정도 걸린다. 유산소 운동도 되는 적당한 거리여서 자전거를 좋아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보통 오후 2시에 출근에 오후 10시에 퇴근한다. 여유롭게 출근하고, 느긋하게 잠을 청한다.     


누구나 그렇듯 퇴근길은 설렌다. 스쿼미시의 여름은 보통 9시 30분부터 서서히 해가 산으로 넘어가 10시 10분 정도가 되면 완전한 밤이 된다. 산으로 넘어간 해는 천천히 붉은 노을을 내뿜으며 제 할 일을 마친다. 오후 10시에 끝나는 나는 그 노을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퇴근을 한다. 소란했던 오후가 정리가 되며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     


퇴근길 바라보는 노을


주로 걷거나, 서서 일을 한다. 8시간가량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다. 일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면 다리에 쌓인 피로감이 쭉 풀린다. 자전거는 허벅지로 가기 때문에 다른 부위에 피로감이 쌓이지만, 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정신적인 피로는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리프레쉬된다.     


10분 정도 페달을 밟으면 해는 완전히 보이지 않고, 노을마저 사라져 밤이 온다. 어둠이 거리에 깔렸고, 하늘에는 달이 떠올랐으며 수많은 별들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천천히 떨어지는 유성들도 볼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면 거대한 스튜디오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공간의 안온함을 느낄 수 있다. 

  

스쿼미시의 여름 밤하늘은 넉넉했다. 푸르스름한 밤하늘에 노르스름한 가로등 이따금 지나가는 자동차와 그 갓길을 달리고 있는 자전거. 그 자전거를 타면서 에어 팟으로 노래를 들으면 나만의 뮤직비디오가 눈앞에 펼쳐진다.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다. 완벽한 퇴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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