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스 Aug 10. 2021

캐나다에서 쉽지 않은 자가격리

Life in Canada

앞으로 살아갈 집으로 입주했다. 이제 나에게 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곳이 달라졌다. 집주인은 한국분이셨다. 혼자서 쓰기에 딱 좋은 방이었다. 월세는 캐나다 달러 800불(약 72만 원)에 화장실도 주방도 나 혼자 쓸 수 있다. 캐나다에서 이런 방을 구하려면 적어도 1000(약 90만 원) 불은 내야 한다. 밴쿠버 다운타운 쪽은 1200(약 108만 원) 불이 넘어간다.      


집의 위치 스쿼미시(Squamish)라는 곳이다. 과거 이곳에 살았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강풍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화강암으로 된 산들이 많아 암벽과 산악자전거가 유명하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주인분께서 나를 픽업해주셨다. 밴쿠버 호텔에서 집까지. 정말 감사했다. 집에 들어오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있었다. 고맙게도 집주인께서 쌀과 김치, 라면 한 박스, 김, 냄비 등을 주셨다. 테디 클로이는 이불과 배게, 전기장판을 로빈, 한솔은 조립형 신발장과 수납장을 주고 갔다. 캐나다에 오고 나서부터 계속 도움만 받아 미안함 마음뿐이다. 다들 너무 감사하고 잊지 않을 것이다.   

  

식탁도 의자도 없었다. 결국 캐리어를 식탁 삼아 밥을 먹었다. 격리 중이라 나가서 사 오지도 못했다. 지내면서 꼭 사야 할 것들을 메모장에 적었다. 2년 후 방을 뺄 때 다 가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것들만 사기로 했다.      


눈물 난다...ㅜ


앞으로 살아야 하는 집에서의 첫날밤. 딱딱한 방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누웠다. 무심코 창문을 바라봤다. 비가 방 창문을 향해 힘차게 내려오지만 힘 없이 미끄러져 떨어지고 있다. 비 오는 소리에도 묘하게 조용했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게 될 때 반드시 느껴야 할 감정들이 몰아쳤다. 외로움, 두려움. 여기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사무쳤다.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내가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잘 들여다보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대부분 여기서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몇 번을 반복하니 조금은 편해졌다. 그리움, 외로움, 두려움을 안고 잠을 청했다.    

 

눈을 뜨니 새벽 3시였다. 지독한 시차 적응. 아직 한국에 대한 여운이 내게 남아있었다. 친구들이 전화랑 카톡을 많이 해줬다. 시차 적응에 실패하던 나는 너무 고마웠다. 여기서 새벽이면 한국 친구들은 저녁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줄어들겠지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슬펐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기에 서운해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저 자연스러운 것들. 그리고 나중에 만나면 어제 만난 것처럼 놀면 되는 것이었다.      


워킹홀리데이 때 친했던 친절한 Jin에게 돼지 꼬리 볶음 요리를 받았다. 일용할 양식이 부족했던 나에게 너무 필요한 음식이었다. 휘슬러에 사는 Jin은 밴쿠버에 장을 보러 갔다가 오는 길에 나에게 사주고 갔다. 종교는 없는 나에게 신의 은총을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격리 중이라 많이 못 보고 갔지만, 정말 고마웠다. 잊지 않고 갚을 것이다.     


캐나다는 격리 중에 셀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그 검사가 음성이어야 14일 지나고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격리 8일 차에 해야 한다. 공항에서 입국 심사와 코로나 검사가 끝이 나면 셀프 키트를 하나 받는다. SWITCH HEALTH라는 어플을 미리 설치를 해야 한다. 8일 차, 어플을 이용해 간호사와 영상통화를 하며 셀프 검사를 진행된다.      


간호사와 매칭 되기 위해 대기를 해야 했다.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어느 분은 2시간 정도 걸린 분도 있다고 했다. 검사를 신청해 놓고 다른 거 하다 보면 매칭이 되고 검사를 진행하면 된다. 검사는 5분이 채 안 걸렸다. 검사했던 키트를 잘 포장해 문 앞에 두고 픽업 주소를 어플로 설정하면 하루나 이틀 후면 픽업해간다. 픽업 날짜와 시간도 설정할 수 있다. 포장하는 방법도 간호사가 알려준다. 결과는 보통 격리 11일 차나 12일 차에 메일로 온다.      


창문으로 바라본 풍경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제 격리 기간 14일만 지나면 나는 자유다. 드디어 도비가 될 수 있다. 캐나다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시간이 지나니 시차 적응도 됐고,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밥 먹을 시간, 청소 시간, 씻는 시간, 책 읽는 시간, 홈트 하는 시간, 영화나 드라마 보는 시간 등이 정해졌다. 이렇게 정한 루틴으로 지내니 나름 시간이 잘 갔다. 어느새 하루 남았다. 공항에 가서 담판을 지어야 날이 하루 남았다는 뜻이다. 제발 큰 문제없이 비자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근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