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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13. 2021

캐나다 중고거래

Life in Canada

최근 한국에서는 당근 마켓이라는 어플이 생기면서 중고거래 열풍이 불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쓸만한 물건들을 중고로 파는 커뮤니티가 있다. 한국인 사이는 주로 ‘헬로! 밴쿠버’라는 네이버 카페나, ‘우밴유’라는 다음 카페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현재 캐나다에 당근 마켓이 상륙했다고 한다. 아마존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당근 마켓을 이용하지 않았다.)     


캐나다 내 유명한 중고 거래는 ‘kjiji’ 혹은 ‘craigslist’라는 사이트를 많이 이용한다. 또 페이스북 그룹에 Market place 곳이 있는데 본인이 살고 있는 주변에 있는 물품에 관해 중고거래를 할 수 있다.  


   

캐나다 Market place


아무것도 없는 집에 최소 사람답게 살기 위한 물건들이 필요했다. 가위, 프라이팬, 웍, 주방세제, 수세미, 밥그릇, 칼 같은 요리 도구들은 한인 마트에서 샀다. 코로나 시국이라 새로 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가격도 저렴해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건조대, 방향제, 큰 그릇, 화장실 용품 같은 것들은 월마트에서 구매했다.       


침대 매트리스는 위에서 언급한 ‘우밴유’라는 카페에서 우연히 보았다. 가격도 저렴했다. 밴쿠버에 살고 계신 한국분이셨다. 최근에 이사를 해 안 쓰는 물건들을 팔고 계셨다. 침대를 사러 갔다가 괜찮은 이케아 책상도 있어서 같이 구매했다. 책상과 매트리스를 합해서 70불 주고 샀다. 괜찮은 거래였다. 이제 더 이상 캐리어를 밥상 삼아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 이제 사람답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제 내 다리가 되어줄 자전거를 알아봤다. 내가 있는 곳이 살짝 시골 지역이라 지하철이 없다.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오고 어느 시간대에는 2시간에 한 대오는 지역이다. 막차도 빨리 끊겨 자전거나 자동차가 필요했다. 가난하지만 건강한 두 다리를 가지고 있는 이방인에게는 자전거는 안성맞춤이었다. 여름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비 걱정도 없었다.      


자전거는 산악자전거로 중고 거래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자전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비싼 것은 중고차 한 대 가격이었다. 싼 가격에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지고 있었는데, Market place에 적당한 가격으로 올라온 산악자전거를 발견했다. 파는 사람은 캐나다인이었다. 바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고, 바로 다음 날 자전거를 보러 가기로 했다.      


중고 거래로 산 바이크


상태도 괜찮아 보였다. 체인과 브레이크도 괜찮아 보였고, 바퀴 상태도 좋았다. 2년 전에 샀고 출퇴근용으로 주로 사용했다고 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현금 거래를 했고, 그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다.      


자전거를 타며 집으로 오면서 워홀 시절이 떠올랐다. 캐나다에서 자전거 타는 느낌은 한국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직 낮 시간대여서 동네 이쪽, 저쪽을 둘러보았다. 앞으로 내가 지내야 할 곳들. 무슨 가게들이 있고, 무슨 길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역시나 이런 곳엔 그 지역 사람들만 다니는 지름길이 존재했다. 이 길로 가면 마켓 가는 시간을 5분이나 단축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이렇듯 점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동네에 한국인은 나밖에 없는 듯했다. 주로 백인이었고, 종종 인도인이나 중국인들이 보였다. 조금은 외롭겠지만, 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무도 나를 반기거나 위로하지 않는 곳에서 한 번 정도 살아보고 싶었다. 외롭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 색다른 기분이었다. 푸르스름한 여름 숲에서 흙냄새를 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집에 갈 시간이다.        


정착하기 위한 중고거래를 마치고 물건들을 정리하니 집안이 풍요로워졌다. 이제 그나마 사람 사는 방 같다. 비자받고, 물건 사고, 집 청소하고. 역시 집 나오면 개고생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기에 행복하다. 이 개고생 또한 내가 선택했으니 말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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