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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14. 2021

캐나다에서 에어컨이 필요할 줄 몰랐어...

Life in Canada

2019년 워킹홀리데이를 했을 당시 캐나다의 여름은 시원한 느낌이 강했다. 습하고 더운 여름을 지내오다 에어컨 없는 여름을 즐길 수 있어 신기했다. 때때로 3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긴 했지만, 한국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있으면 시원했다. 밤에는 기온이 10도대로 떨어져 오히려 추웠었다. 하지만 올해는 캐나다 기후가 심상치 않다.     


때는 6월, 막 일을 시작하고 적응을 하고 있을 즈음 이상기후가 시작됐다. 30도를 넘었다. 6월 어느 날은 40도까지 올라갔다. 체감온도는 45도였다. 습도도 60% 이상이었기에 더 덥게 느껴졌다. 다른 지역은 47.9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여기서 40년 동안 사는 어느 백인 할아버지께서는 이런 적이 처음이라 말하셨다. 이상기후였다. 이러한 날씨 때문인지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얼음 등 시원한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렸고,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었다.      


체감 온도 45도...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운 지역이 아니라 에어컨을 가지고 있는 집이 몇 없었다. 선풍기조차 없는 집도 많았다. 대부분 남자들은 상의를 탈의한 채 거리를 돌아다녔다. 바람도 거의 없어 엄청 덥게 느껴진 날이었다. 그러다 가끔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심각한 것은 10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기 때문에 더 덥게 느껴진다. 해가 떨어져도, 심각하게 데워진 방이나 집들은 열기가 쉽게 빠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 5시면 해가 다시 떠오르기 때문에 다시 더워졌다. 열이 빠질만하면 다시 데워졌다. 퇴근 후 씻고 나왔지만 남아있는 열기 때문에 다시 땀이 났다. 스킨, 로션을 바르려고 내용물을 손에 묻히면, 따뜻한 스킨이 나왔다. 찬물을 틀어도 처음 나오는 물은 살짝 뜨거운 물이 나오다 다시 차가운 물이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열이 많은 나는 손수건을 2개를 물에 적셔 얼리고 목에 감싸며 잠을 잤다.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냉기가 빠지면 다른 하나를 꺼내 목에 감쌌다. 로테이션으로 손수건을 썼다. 공항에서 캐리어를 찾을 때, 쉽게 찾기 위해 걸어놓은 손수건이었는데, 참 유용하게 쓰였다. 너무 더워 결국 선풍기를 사기로 결심했다. 에어컨은 너무 비싸고, 선풍기가 적당했다. 동네 가전제품 파는 곳을 돌아다녔다.     


헛수고였다. 스쿼미시에 있는 선풍기, 에어컨이 다 팔렸다.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절망적이었다. 아마존으로 구매하려고 했지만, 선풍기 값이 너무 비쌌다. 테이블용 작은 선풍기가 10만 원이 넘어갔고, 물건을 받으려면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했다. 이상기후는 BC주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어쩔 수 없었다.     


가전 제품 파는 상점에 붙여져있는 문구


다행히 밴쿠버에 있는 한인 마트에서 선풍기를 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주로 쓰는 가정용 선풍기였다. 약 11만 원의 가격이었다. 한국에서 3~4만 원이면 사는 선풍기였다. 비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날씨를 보면 11만 원은 너무 싸게 느껴졌다.     


이상기후의 원인은 열 돔 현상 때문이었다. 뜨거운 열기가 야구장의 돔처럼 특정 지역 대기를 감싸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인다. 원인은 기후변화였다. 이번 폭염은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사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계속 올라 산업혁명 시기보다 2도가량 높아지면 이런 일이 5~10년마다 일어날 것으로 경고했다. 앞으로 0.8도 남았다고 한다.     


인명사고도 있었다. 북미에서 905명, 캐나다에서만 676명이 사망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쓰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이나, 노인들이 주로 사망했다고 한다. 폭염으로 인한 희생자가 태풍과 호우에 의한 피해보다 3배 더 많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3일 정도 30도 후반대를 유지하다 20도 후반, 30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 30도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환경오염에 대해 배울 때 이상기후가 생길 수 있다고 배웠는데, 피부로 직접 느끼니 다르게 다가왔다. 범지구적으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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