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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15. 2021

뿌연 연기가 자욱한 캐나다 하늘

Life in Canada

출근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앞을 보는 순간 뿌연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낮 2시에 안개가 있을 리 없었다. 목이 따끔거리고, 얕은 탄 내가 코를 찔렀다. 알고 보니 산불로 인해 생긴 연기들이 바람을 타고 스쿼미시까지 날라 왔다. 지난달 중순 대형 산불이 BC주에 발생했다. 밴쿠버 동쪽. 연일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던 시기에 대형 산불들이 많이 생겼다. 온도는 높고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산불들이 성장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BC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불


63ha로 시작되던 산불이 56,500ha까지 번졌다. 축구장 420만 개 면적이 불에 탔다고 한다. 대형 산불이라 인간이 손을 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한다. 비라도 내려야 불길이 잡히는데 BC주의 여름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버논이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차에는 매일 재가 쌓여있고, 심한 곳은 잿 덩어리가 날아다닌다고 한다. 어느 작은 마을 이번 산불로 인해 90% 이상 소실되었다. 집, 경찰서, 소방서, 공공기관 등 대부분 건물들이 불에 탔다고 한다. 모든 것을 앗아갔다.     


오른쪽 사진처럼 산이 보여야 하는데 뿌연 연기때문에 왼쪽사진에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캐나다도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은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라면, 캐나다는 산불이 그 이유다. 캐나다 오면 공기에 대한 걱정은 없이 살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공기청정기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아침마다 다른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적응하기도 바쁜 시기에 매일 변하는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만년설들과 빙하가 녹고, 아름다운 숲들은 산불로 인해 소실되고 있다. 대자연이 주는 저릿한 감동을 다음 세대들에게 보여주지 못할까 걱정이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몸살을 앓다 못해 죽어가고 있다.     


바람이 불자 뿌연 연기가 갠다. 그 사이로 파란 하늘이 나온다. 그 파란 하늘이 얼마나 반갑던지. 언젠가 가끔 우리에게 찾아오는 보름달이나, 초승달을 사진을 찍듯이 파란 하늘을 찍는 것이 행운이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다행히 내일 비 소식이 있다. 시간당 10mm도 채 안 되는 양이지만, 조금이나마 뿌연 연기들을 치워주고, 산불을 조금 약화시켰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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