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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21. 2021

소소한 한 방, 스크래치 복권

Life in Canada

편의점의 위치 시골이다. 은퇴하신 분들이 연금을 가지고 로또를 많이 사신다. 지루한 일상에서 $20, $30 소소하게 스크래치 복권을 사신다. 당첨되면 부모님이 주신 초콜릿을 받는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와 함께 내 앞에 복권을 내놓는다. 캐나다 스크래치 복권은 바코드를 스캔하여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일하는 동안 적게는 $1부터 많게는 $100까지 당첨되는 것을 봤다.      


매일 고정적으로 오시는 어르신들이 두 명 정도 계신다. 여자, 남자 한 명씩. 남자분은 $20 복권을 사시고 저녁 시간대 오신다. 심플하게 이거, 이거 달라고 내게 말한 뒤 계산을 하고 가신다. 당첨되시면 무뚝뚝한 표정에서 옅은 미소가 삐져나온다. 본인의 감정을 최대한 숨겨보려 하지만 쉽게 숨겨지지 않는다. 그 표정을 본 나도 따라 웃음이 나온다. 하얀 콧수염이 매력적이신 백인 할아버지이다. 소소하게 스크래치 복권을 즐기시는 분이시다.     


$1~$20까지 다양한 종류의 스크래치 복권


여자분께서는 매일 오신다. 할머니는 체구에 비해 큰 트럭을 타고 오시는데, 항상 웃으면서 들어오신다. 복권을 사시고 집으로 가서 당첨이 되면 그날 또 오신다. 하루 최대 4번까지 오신 적이 있다. 항상 복권을 사시고는 나에게,     


“조금 있다가 봐!” 하고 웃으시면서 나가신다.      


‘당첨되는 로또이니까 조금 있다 돈 받으러 올게’라는 말처럼 들린다. 이분이 $100 당첨되신 분이었다. 당첨 결과와 금액을 드리면 어깨를 으쓱하는 특유의 제스처를 하시면서 당첨된 금액으로 또 다른 복권을 사신다. 신중하게 고르시고는 몇 개의 복권을 나에게 알려준다. 당첨된 금액에서 그 복권 값을 차감시킨 남은 금액을 현금으로 드린다. 항상 웃으시면서 들어오시니 나에게 농담도 많이 던진다. 안타깝게 내가 못 알아듣는 것이 반이다. 맞장구쳐드리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만, 내 실력이 못 미친다.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가끔 나에게 선택권을 주는 경우가 있다. “당첨되는 복권 하나 선택해줘요”라고 웃으며 나에게 맡긴다. 항상 그럴 때마다 숫자를 세면서 원, 투, 쓰리,... 세븐. “7은 한국에서 운을 뜻해”라고 말하며 드린다. 대부분 캐네디언들은 놀라며 어느 나라?라고 되묻는다. 한국과 숫자 7을 다시 말해주면 웃으면서 나간다. “이거 1등 되면 너 좀 떼어줄게”라고 말하는 손님도 계셨다. 당첨되셨는지, 안되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 이후 그 손님은 안 보이셨다.      


소소하게 스크래치 복권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아 신기했다. 처음 일을 했을 때, 이걸 누가 사겠어?라고 생각을 했지만, 오산이었다. 이렇게 매일 사시는 분들 말고도 잔돈을 처리하기 위해 $1, $2 스크래치 복권을 사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생각보다 많이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      


복권 판매처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 가게에서 복권을 사면 불법이라고 한다. 사려면 다른 복권 판매처에서 사야 한다고 사장님께서 내게 말했다. 다른 곳에서 소소한 희망을 사려한다. 당첨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지만 입이 방정이기에 여기까지 써야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하고 싶다. 소아환자들 치료하는 곳에 기부를 하고 싶다. 물론 지금도 소액으로 기부를 할 수 있지만, 로또가 당첨되어 크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언젠가 한 번은 될 것 같은 로또.      


일단 사놓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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