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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24. 2021

가을 느낌 나는 어느 여름날

Life in Canada

지난밤, 비가 내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반가웠다. 비의 영향 때문인지 밤사이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오랜만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특히 이번 여름의 더위는 깊이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항상 한 번은 새벽 중간에 항상 잠을 깼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블라인드 사이로 햇빛이 소담스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출근하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뜨겁고 답답한 공기가 아닌, 상쾌하고 깨끗한 공기가 느껴졌다. 공기의 흐름을 역행하니 바람을 맞았다. 기분이 전환되었고, 마음이 편안했다.     


출근길 하늘


계절에도 냄새가 있다. 찌든 여름의 냄새가 아닌 깨끗한 가을 냄새가 물씬 느껴졌다. 어느새 뿌연 스모그가 사라지고, 산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덥지 않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땀이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와 같은 길이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날이다. 일요일 아침, 거리에 사람들도 많이 나와 있다. 특히 부모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게 평화롭다.      


손님들의 표정들도 한결 가벼워졌다. 에어컨이 없는 가게라 들어올 때마다 인상 찌푸리는 손님들이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물건을 사고, 계산할 때마다 날씨 이야기를 내게 했다. 더 시원해져서 좋다. 이제 살 것 같다. 등 날씨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또 나에게 이젠 더 이상 덥지 않아서 일하기 편하겠네. 다행이다. 등 나를 생각해주시는 말들도 들었다. 괜히 감동이었다.     


어느 손님이 왔다. 자전거를 타다 음료수를 사러 온 손님이었다. 어제 소나기가 한차례 내렸는데, 그 찰나 손님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소나기가 내리자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드디어 비가 내린다고. 그만큼 비가 오지 않는 이번 여름이었고, 우리가 그토록 비였다.     


비가 오니 날씨는 가을로 옷을 갈아입은 듯 보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 일하기도, 글을 쓰기도, 운동하기도 좋은 이런 날씨. 이 또한 영원하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길 것이다.




이처럼 특별하고 대단한 행복 대신 이런 소소한 행복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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