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스 Aug 27. 2021

여수에서 살았던 캐나다인

Life in Canada

마르틴을 만난 건 편의점이었다. 장발의 중년 백인이 친절하게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앞서 말했듯이 산악자전거를 약속했던 친구이다. 휴일 전날 문자를 했더니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해 내게 알려줬다. 캐나다 와서 처음으로 외국인과 자전거를 타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설레었다. 하지만 내 영어가 문제였다. 설렘이 실이라면 걱정이 바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약속 장소로 갔다. 마르틴 집 앞이었는데, 이웃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웃에게 나를 소개해주고 자전거를 꺼내러 차고로 들어간 마르틴이었다. 비싼 자전거로 보였다. 물어보니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차고 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도구들이 있었고, 나에게 자전거 수리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오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던져줬다.     


내 자전거를 유심히 보더니 체인에 기름 칠해야 할 것 같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름을 발라주었다. 계속 얻기만 해 미안했다. 마르틴은 오늘 엘리스 레이크로 갈 것이라고 말해줬다.     




산악자전거가 처음이라 말하니 놀라며 오늘 산악자전거의 재미를 알려준다고 내게 말했다. 엘리스 레이크를 가는 도중 내게 자전거 안장 위치와 페달을 밟는 방법 등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었다. 산악자전거를 20년 탔고, 겨울엔 스키 강사로 일을 한다고 알려줬다. 스포츠맨이었다. 그에게 51살이라는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었다.     


마르틴은 15년 전 여수에서 6개월 정도 지냈다고 했다. 영어 선생님으로 일을 했었는데, 그때도 자전거를 탔다고 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고, 사람들도 친절해 좋았던 경험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친절했던 한국인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나에게도 잘해준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 속으로 들어섰다. 푸른 울창한 숲 아래 자전거를 타니 신기했다. 신기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 마르틴이 멈춰 섰다. 나를 부르더니 나무를 가리켰다. 그 나무를 보니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이유는 First Nation(인디언)들이 바구니나 가방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 벗겨 놓았다고 한다. 30년 전에 벗긴 거으로 추정된다고 내게 말했다.     


껍질이 벗겨져 있는 나무들


워킹홀리데이를 했을 당시, 인디언 친구와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나에게 인디언이라는 표현이 First Nation들 에게는 인종차별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하니 그는 몰랐으니 괜찮다고 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원래는 인도를 찾기 위해 나선 여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고, 그들은 그곳이 인도라 착각을 해 인디언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디언 이미지는 First Nation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마치 선생님과 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그는 현재 스키 강사로 일을 하며, 15년 전 여수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을 떠올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이 나서 설명해주었다. 평소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찬찬히 알려주는 마르틴이 고마웠다.      


이번엔 내가 질문을 했다. 항상 나무들을 보면 한국 나무들과 다르게 무엇인가 초록색 빛을 띤 실타래와 같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그 이유를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그것들은 다양한 이끼들이 나무에서 공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내게 말했다. 이런 이끼들은 밴쿠버나 대도시에 있는 나무들에는 나타나지 않고 공기가 맑은 지역에서나 발견 가능하다고 말해줬다.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다양한 이끼들


영어가 부족해 사전을 검색하면서 들었다. 선생님처럼 친절히 스펠링까지 알려주었다. Moss(이끼), Lichen(지의류, 이끼), Fungus(곰팡이류), Symbiotic(공생하는) 같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단어들을 알려주었다. 특히 Moss와 Lichen은 다른 종류의 이끼라고 내게 말해줬다.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이 단어들은 평생 기억할 것 같다.     


마르틴은 한국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내 구린 발음에도 잘 알아들었다. 이따금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언제나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Symbiotic과 같은 단어도 Live together라는 식으로 설명해주었다. 


또 어느 나무에서 멈췄다. 두께와 길이가 어마어마했다. 내게 이런 나무들은 산불이 나도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까지 살아있어 생존해 지금의 크기가 된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신기해하는 내 표정을 보면서 그도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이후엔 자전거를 열심히 탔다. 그러다 갈림길에서 멈춰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봤다. 친절한 마르틴 씨에게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이다. 그들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들에게 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느낌 나는 어느 여름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