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스 Aug 28. 2021

대구에서 살았던 캐나다인

Life in Canada

가는 길 내내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말을 거는 마르틴이었다. 항상 웃으며 말을 했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방에 있는 도구들을 꺼내 도와주고는 했다. 갈림길에서 쉬고 있는 한 무리를 만났다. 그들에게 말을 걸며,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보고 친절히 길까지 알려주었다.      


그분들은 캘거리에서 여행 온 캐나다인들이었다. 어머니와 딸 커플, 아들로 4명이었다. 가는 길이 평지여서 잠시 대화를 나누며 같은 속도로 자전거를 탔다. 어머니로 보이는 백인 여성분과 나는 나란히 가게 되었다. 이름은 캐서린. 캐서린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중국인이에요?”     


서양권 국가에 살다 보면 익숙해져야 하는 부분이다. 동양인 얼굴 구분이 힘든 서양인들에게는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중국인이라고 물어보면 높은 타율로 그렇다.라는 답변을 받았을 것이다. 어느 곳을 가든 중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웃으며 한국인이라 말했다. 그러더니 캐서린은 놀랐다. 자신의 남편이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셨던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한국도 몇 번 가보셨다고 내게 말했다. 비빔밥이 인상적이어서 캐나다에서도 만들어 먹는다고 하셨다. 이외에 삼겹살, 불고기 같은 음식들이 맛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갈림길에서 잠시 쉬는 동안 캐서린은 딸에게 나를 가리키며      


“한국인이래.”라고 말하니 딸과 아들이 신기해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들도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야구장을 갔다고 한다. 내게 대구 야구팀이 어느 팀이지?라고 물었고 나는 삼성 라이온즈라 대답하니 다들 알아들었다. 삼성 라이온즈 경기 직관한 적이 있는데, 전광판에 딸의 얼굴이 나왔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광판 자막엔 American이라 적혀 슬펐다고 하셨다. 나는 미국인이 아니라 캐나다인...라고 말하며 장난 섞인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지낸 캐나다인을 캐나다에서 만난 것이 신기했다. 여수에서 살았던 마르틴과 경북에서 살았던 가족들까지. 그들은 한국인들은 굉장히 친절하다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들도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괜히 뿌듯했다. 나는 그저 그렇게 기억해줘서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캐나다 우연한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것도 기쁘지만 한국과 인연이 있는 외국인을 보면 느낌이 묘하다.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그들은 한국인에게 친절하기에 금방 친해질 수도 있다. 영어가 짧은 나에게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소재들이 많아진다. 배경 지식이 있으니 완벽하게 다 듣지는 못해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을 경험한 캐나다인들과 한국 이야기를 하니 잠들어있던 고향을 불러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추억은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짧은 우연한 만남을 뒤로한 채 갈림길에서 우린 헤어졌다. 만남이 실이면, 헤어짐은 바늘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 우린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는 쪽으로 갔고, 그들은 다른 방향으로 갔다. 마르틴은 마지막까지 길을 설명해주며 끝까지 친절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수에서 살았던 캐나다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