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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29. 2021

캐나다의 평범한 하루, 산악자전거

Life in Canada

마르틴은 산악자전거 코스를 보여줬다. 코스로 이동하기 전에 나에게 몇 가지 교육을 해줬다. 브레이크 잡는 법과, 안장의 위치를 다시 조절해줬다. 앞에 큰 돌을 발견했을 때 대처 방법과, 무서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타라는 말까지 완벽한 선생님이었다. 자신감을 얻고 페달을 밟았다.     


선생님은 빠른 속도로 어려운 구간들을 통과했다. 나는 처음이고, 무서워 연신 브레이크를 잡았다. 그래도 과감하게 페달을 밟았다. 휘어져 있는 길들을 부드럽게 지나갈 때면 스릴감과 통과했다는 만족감이 내 몸을 휘감았다. 로드 자전거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산악자전거는 꽤 동적인 스포츠였다. 방향을 틀 때, 브레이크를 잘 못 잡으면 바퀴가 미끄러질 수 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집중을 하며 자전거를 탔다. 돌들이 무성한 길을 달리다 보면 많은 진동을 느낄 수 있다. 풍경을 즐기며 탔던 로드 자전거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숲 속을 들어가 자전거로 하행하는 구간이 나왔다. 선생님은 중간중간 무너져 있는 나무집들을 내게 보여줬다. 처음 스쿼미시에 와서 이곳을 지났을 때, 이 집들은 무너져 있지 않다고 했다. 집이라기보다는 사냥꾼들이 동물들을 기다리기 위해 쓰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 집은 시간이 흘러 사냥이 필요 없는 지금은 주위 풀들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다. 과거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분명했다.


과거는 불명확하지만, 현재는 확실한


마르틴은 날아다녔다. 마치 뱀처럼 어려운 코스들을 통과했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폼이 부럽기도 했다. 장비 탓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장비를 탓하기엔 너무 부족한 내 실력인 것을 잘 알기에 이내 그만두었다.      

마르틴은 항상 나를 기다려줬다. 기다리면서 내려오는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기도 했다. 고마우면서도 부러웠다. 어느 한 구간 앞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심하고 바닥이 미끄러워 내려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내게 설명했다. 길 중간중간 계단 형식으로 되어있는 구간이 있는데, 속도를 유지하며 그곳을 통과하는 방법을 내게 가르쳐줬다. 처음엔 실패했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하니 자연스럽게 통과했다.  


 

사진찍어 준 마르틴 作

  

다시 출발했다. 연습했던 계단 형식의 구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연습했던 곳처럼 넓지 않았다. 연속으로 되어있는 구간으로 되어있었다. 기출 변형 문제였다. 역시 인생은 실전인가. 앞에 달려가는 마르틴의 뒷모습이 야속했다. 이제 막 사칙연산을 배웠는데, 적분을 하라는 느낌이었다. 마르틴이 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 결국 넘어지게 되었다. 다시 일어나 넘어진 자리를 보니 모래에 넘어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넘어지면서 자전거 체인이 빠졌다. 괜찮은 척 웃었다. 빠진 체인을 다시 끼우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구간을 남겨놨는데, 거의 낭떠러지 같은 느낌이었다. 마르틴은 여기는 너에게 어려운 코스이니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수긍했고,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마지막 부분 경사가 조금 완만해진 구간부터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고개를 드니 빛이 보였다. 그곳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려갔다.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입구이면서 출구였다. 밖으로 나오자 도로가 보였고, 마르틴 있었다. 웃으며 어땠냐는 질문에 무서웠지만, 재밌었다고 대답했다.      


살아서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이곳은 스키나 자전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느끼는 감정은 와! 재밌다! 라기보다는 와! 살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반대로 살았다!라는 감정이, 재밌다!라는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마르틴과 다음을 기약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마르틴은 조금 더 타고 간다고 하며 다른 산으로 향했다. 살았다!라는 안도감을 가진 채 집을 향하는 거리. 자전거 도로가 얼마나 편한 곳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런 재미들을 집 앞에서 즐길 수 있고, 여행자의 특별함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있어 행복했다. 다리에 상처가 많고, 몸도 경직되어 있어도 웃으며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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