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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31. 2021

마스크, 필수-권고-필수

Life in Canada

캐나다는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사항으로 되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고, 확진자 수도 확연하게 줄어들어 권고로 돌린 지 약 2달 만이다. 두 달 전만 해도 BC주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가 2-30명대로 떨어졌다. 1차 백신 접종률은 82.7%, 2차 백신 접종률은 74.5%가 넘었다. 정부는 높은 접종률과 줄어든 확진자 수를 바탕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가 아닌 권고로 전환했다. 마스크 규제가 풀리자 노인층을 제외한 젊은 층들은 마스크를 집어던졌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나도 마스크를 쓰다 벗어버렸다.


인간은 편함에 금방 적응한다. 마스크가 의무였을 때의 고단함은 금세 잊었다. 처음엔 마스크를 챙기지 않는 것이 어색했지만, 하루 이틀 안 쓰다 보니 그새 편해졌다. 익숙했던 마스크는 구석에 방치됐다. 이렇듯 마스크의 습관은 쉽게 고쳐졌다. 한국에서 혹시 모를 마음에 마스크를 약 200개 정도 챙겨 왔지만, 오래된 자전거처럼 잊어버렸다.


마스크 없는 삶. 우리가 알던 삶이 다시 다가온 느낌이었다. 야외, 실내가 권고 사항이니 그 누구 하나 불편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너무 편해 이 소중한 일상을 유지하고 싶었다. 우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고, 깨지기 쉬운 것이라는 점도 배웠다.


편의점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몇몇 손님들은 착용하신 분들이 계셨지만, 대부분이 쓰지 않았다. 나도 마스크 없는 해방감에 취해 쓰지 않았다. 특히 영어도 잘 못하는 내가 마스크까지 끼우고 말을 하면 못 알아들으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오히려 반가웠다. 확실히 마스크를 빼니 의사소통이 한결 나아졌다.


 



코로나 델타 변이가 캐나다 전역으로 퍼졌다. 2-30명대를 유지하던 BC주 확진자 수가 다시 300명, 500명, 800명 수준으로 올라갔다. 캐나다 전체 확진자수는 2000명이 훌쩍 넘어섰다. 권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는 나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자 BC 주는 실내에서는 권고 사항에서 의무로 다시 전환했다.


이미 마스크 없는 삶에 젖어버린 사람들은 마스크의 삶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편의점에 들어올 때 마스크를 낀 내 모습을 보며 깜박한 마스크를 주머니에 꺼내어 낀다. 편의점도 권고사항으로 된 이후 치워둔 마스크들을 꺼내어 문 앞에 배치했다. 다시 마스크의 삶이 도래했다.


우린 소소한 일상을 또 빼앗겼다. 우리 옆에 돌아온 줄 알았지만 다시 떠났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의 소소한 일상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이따금 찾아와 금세 떠나는 구름과 같은 걸까?


안타까운 오늘, 방치해둔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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