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 사회 서비스 사업단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재쌤이 입사했다. 진구와 민다의 친구이자 같은 체대 입시 학원을 다녔던 친구였다. 셋이서 같이 운동을 했기에 친했고, 특별하게 친해질 기간 없이 잘 적응을 해나갔다. 문제는 나와의 관계였다. 살짝 서먹서먹한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서로의 관계에 한 발자국 들어가고 싶으면 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술만 한 것이 없었다.
쉬고 있는 월요일. 진구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형 어디세요?”
“나 지금 자전거 타고 있는데”
“지금 민다와 원인재랑 술 마시고 있는데 형도 오실래요.”
“흠... 지금 가도 한 시간 이상은 걸릴 텐데...”
“괜찮아요. 저희 이제 시작했어요.”
“알겠어. 갈게.”
자전거 핸들을 틀고 집으로 돌아갔다. 횟집 주소 카톡 하나가 왔다. 대충 씻고, 보내준 주소로 갔는데, 애들이 얼큰하게 취해있었다. 민다는 벽에 기대 자고 있었고, 진구와 원인재는 얼굴이 벌게 나를 반갑게 반겨줬다. 7병의 소주와 회 몇 점이 테이블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안주가 싸고 잘하는 집이 있다고 진구는 말했다.
술 집 이름은 <난장>. 외관이나 폰트나 맛집이었다. 이름처럼 난장판인 테이블도 곳곳에 있었다. 이름값을 했다. 살짝 지저분해 보이지만, 술 마시는데 지장이 없었다. 가격도 아주 착하고, 기본 안주로만 소주 2병은 거뜬하게 만들어주는 넉넉함도 갖췄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적화된 술집이었다. 술 취한 민다는 잠들었고, 진구와 원인재랑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진구는 첫인상과 같았다. 생각이 깊었고, 진지했다. 자기만의 철학도 가지고 있었다. 또 장난칠 때는 재밌게 놀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술을 잘 마셨다. 횟집에서 그렇게 마셨는데도 거의 쉬지 않고 나와 술 페이스를 같이 맞췄다. 나도 어디 가서 못 마신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진구 앞에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래서 같이 술 마시면 항상 재밌었다.
원인재쌤이 처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첫인상이 솔직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길쭉한 다리로 껄렁껄렁하게 들어오는 모습, 뭔가 좋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이미지는 깨졌다. 꽤나 진지한 친구였고,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친구였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하는 스타일이었고, 어느 부분에서는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다. 나라는 인간은 도무지 깨달음을 모른다.
술자리의 대화란 게 늘 그렇듯 주제도, 흐름도 뜬금없이 바뀌었다. 사랑, 이별, 진로, 인생 등 다양하게 나왔다. 각자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다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 한결 편한 느낌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었다. 물론 일을 할 때 같이 일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상호 동의하에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면 일하는 것이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
결국 조절의 문제이다. 일을 하면서 연결된 시스템이 있는데 그 연결된 선을 계속 넘다 보면 상대방의 목을 옭아맨다. 그 얽힌 관계로 인해 폭력은 종종 야기된다. 그 선을 넘긴 폭력은 업무와는 상관없이 퇴사의 고민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다. 인간관계는 역시나 쉽지 않다.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민다는 잘 자다 깼고, 코로나 관련 방역 지침에 따라 9시가 되어 우린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여기서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