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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17. 2023

시험 까짓것 못 볼 수도 있지.

괜찮아. 기회가 있어!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쉬는 날인데 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으니 출근을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받았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학생들이 그래머스쿨(시험을 봐서 입학하는 중등학교) 입학시험을 봤는데 합격을 하지 못한 학생들 가운데 충분히 그래머스쿨에 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각 교장들이 교육청에 청원을 할 수 있다. 청원을 함과 동시에 학생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학교 내 평가자료, 교장 추천서, 각 과목 노트북 등등)를 모두 우리 학교로 제출하고, 지역 초등학교 교장들이 와서 평가하는 일이 일주일 내내 이뤄졌다. 나는 목요일과 금요일만 심사에 필요한 사항들을 옆에서 도와주면 되는 어려울 것 하나도 없는 일이었다.


영국은 학생들과 관련하여 청원제도(appealing)가 활성화되어있다. 학생이 그날 상황에 따라 시험을 조금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학교 입장에서 기회를 한 번 더 열어주는 것이다.

만약 학교장이 청원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충분히 그래머스쿨에 갈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면 교장청원이 끝나고 난 뒤에 부모청원 기간이 따로 마련된다.

아이들 사촌도 총 세 과목에서 두 과목을 합격 커트라인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지만 부모 청원으로 구제가 되어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영국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이렇다 할 시험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래머스쿨에 가지 않을 학생들은 입학시험을 치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원하는 일반학교 3 지망 정도 정해서 받아주는 곳에 입학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래머스쿨 시험을 본 학생들은 초등학교 5년 과정 통틀어(6학년에 올라가자마자 시험이 있다) 가장 중요한 시험이기에 학생들이 받을 시험장에서의 압박감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이렇게 청원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시험 한 번으로 학생의 미래를 못 박아버리지 않는 배려심이 보인다. 


교장 4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각 학교에서 제출한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심사한다. 본인의 학교학생이나 본인과 조금이라도 관계된 학생의 서류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사전에 나는 학교별 서류를 각 테이블에 가져가서 이 학교 심사가 가능한지를 먼저 묻고 가능하다면 서류를 나눠준다.


학교에 따라 학생 한 명당 제출한 증빙자료는 제각각이며 인원도 제각각이다. 어느 학교는 10명 정도 청원을 한 곳도 있고, 또 한 명만 한 곳도 있다. 그리고 자료도 학생들 노트가 10개 가까이 제출한 학교부터 간단한 문서 몇 장만 제출한 학교도 있다.


심사위원 4명이 모두 동의를 하여 바로 합격여부를 학생명단에 기록하고 그 기록을 우리 학교 교장 비서가 받아 시스템에 입력하게 된다. 학생들은 얼마 되지 않아 곧 결과를 받아볼 것이다.


참고로 대학입학시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그것도 학교의 도움을 받아 청원할 수 있다. 시험이 주관식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성적 급수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하게 되는데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하다 보니 시스템이 정착화되어 바로바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바로 받지 않으면 대학지원 일정상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더욱 청원신청과 결과통보가 신속하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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