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Aug 24. 2023

근무시간의 유연성

영국에 와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특히 여자들의 경우 매일 출근하지 않던가 아님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나에게는 시누이가 둘이 있다. 큰 시누는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일주일에 3일 출근하고 퇴근 시간은 아이 초등학교 픽업 때문에 3시에 끝난다. 작은 시누는 어린이집에 일주일에 2일~3일 출근한다. 물론 퇴근시간은 3시이다. 본인이 일할 수 있는 날과 퇴근 시간을 고용주와 상의해서 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게 되면 풀타임으로 다시 전환해서 일을 하면 된다. 이런 직장에서의 유연함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경력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직종에 따라 다를 수는 있는 이야기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도 사람들의 근무 시간이 제각각이다. 시험감독관 서브 매니저는 월요일~수요일 오후 2시까지 일한다. 그리고 커버교사가 4명이 있는데 5일 근무하는 사람 2명, 월~수 근무하는 사람 1명,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1시까지 일하는 사람 1명이 있다.


오랜만에 산책길에서 작은아이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을 만났다. 교감이라고 하면 나이가 많을 것 같지만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이다. 곧 둘째 아이 출산이 다가와서 파트타임으로 전환했다고 했다. 교감이 파트타임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여기선 가능하다. 그래서 아이 낳는데 부담이 없는 것 같다. 출산 및 육아휴직은 당연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능하고, 아이가 어릴 때 근무시간 조정을 통해 일은 적게 하되, 언제든 풀타임으로 돌아갈 직장이 있으니 말이다.


영국은 교장 및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Senior Leadership 코스를 밟고 지원해서 할 수 있다. 굳이 교사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이가 어려도 상관없다. 학교를 운영할 능력을 보여주면 젊은 나이에도 교감과 교장일을 할 수 있다.


나도 9월부터는 커버교사로 월~수까지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일하게 되었다. 일주일 내내 일한다면 갑갑한 맘부터 들 것 같은데 일주일에 3일 일하고 4일 쉰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험기간에는 목요일고 금요일에 내 상황에 따라 감독일을 지원해서 하면 되니 시간적으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남편도 뒤늦게 영국으로 와서 분투 중에 있다. 둘째 아이가 대학을 가면 본인도 그때 상황 봐가며 내가 직장을 다닌다는 전제하에 일주일에 3~4일 정도 출근하는 걸로 조정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되면 남편의 나이는 50대 후반이다. 그때 되면 지금보다 우린 경제란에 더 허덕일 수도 있다. 큰아이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작은아이가 바로 대학엘 가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분명 조금은 더 수월하게 현재를 버틸 수 있게 해 주면서 미래를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Romina(로미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