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가면 7학년을 제외한 대부분 학년 학생들은 먼저 인사하는 경우는 없다. 그럼 나는 일부러 큰 소리로 굿모닝!, 굿 아프터눈!이라고 하면서 들어가는데 거의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애들을 붙들고 인사 예절을 가르치기도 그렇고 해서 내버려 두지만 뭔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7학년(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온 학년 11~12살) 반 아침조회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큰 소리로 나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한다. 학년 초 '외국어의 날'에 가르쳐 준 것을 잊지 않고 나를 볼 때마다 써먹는 것이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너무 길어 아이들이 한국어가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을 까봐 그냥 '안녕'으로 하기로 했다. 이제 아이들은 출석부 이름을 부르면 '네'라고 하던가 '안녕'이라고 대답한다.
7학년은 총 일곱반이다. 약 230명 정도가 된다. 아이들은 복도에서 나를 만나면 '안녕 Ms Lim'이라고 외친다. 그럼 가끔은 그 소리가 여기저기서 동시에 나기도 해서 다른 선생님들보기가 조금 민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도 밝은 얼굴로 안녕을 외쳐 되면 없던 힘도 생기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7학년은 초등학생 티를 다 벗지 않아 귀엽고 말도 잘 듣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학년이다.
가끔 한국어를 혼자서 배우는 학생들이 내 등뒤에서 '선생님'이라고 할 때가 있다. 영국에서 쉬는 시간에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선생님'이란 한국어를 듣는 기분은 정말 남다르다.
앞으로 학교에서 교양강좌를 맡게 될 것 같다. 주제는 내가 알아서 정하는 것인데 중국어나 한국어를 가르쳐볼까 한다. 한 학기는 중국어, 다른 학기는 한국어를 가르치며 아이들이 유럽언어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의 언어와 문화로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외국어를 배우면 치매도 늦게 오거나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록 영어랑 중국어밖에 못하지만, 그것도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외국어 배우길 여러모로 잘했단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