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한국어 동아리가 한국어 중국어 동아리로 바뀌었다. 대학 입시반(식스폼)에 다니는 쌍둥이 치네이는 한국어를 공부한다. 아주 열심히 한다. 그리고 그녀의 쌍둥이 동생 치네조는 중국어를 공부한다. 각자 다른 언어를 얼마나 열심히 경쟁하면서 공부하는지 보는 내가 재미있고 기특하다.
어쩔 수 없이 한국어 동아리 시간에 치네조를 위해 나는 중국어를 가르쳐주고 있다. 중국어가 너무 좋아 중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 한다. 너무 재미있다고 볼 때마다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한다.
어떤 한 언어에 빠져서 공부를 하다 보면 마치 그 언어와 연애를 하는 것 같은 케미스트리가 느껴진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머릿속에서 새로운 단어들과 앞으로 알아가고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자꾸만 알아가는 것들이 늘어갈수록 흥분과 짜릿함도 느껴진다. 지금 치네조는 그런 감정들로 가득한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남자친구 사귀게 되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 주니 그럴 리 없다고 환하게 웃는다.
나도 고등학교 1학년때 영어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다.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는 시리즈 독해 영어책을 사서 혼자서 공부하고 해당 권을 마치자마자 학교 앞 서점으로 달려가서 그다음권을 사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단어들을 공부하느라 하루에 모나미 볼펜 심 하나를 쓸 정도로 열심히 했었다. 그때만 해도 나의 40대 이후의 삶을 영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다.
치네이는 한국어공부를 한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단어장에 정갈하게 온 힘을 다해 써 내려간 단어들로 가득하다. 조사를 붙이는 것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지 자주 헷갈린다며 물어본다. 발음도 아주 좋다.
둘은 6년 전에 나이지리아에서 왔다. KPOP을 아주 좋아한다. 노래도 그룹위주보단 다양하게 듣는 것 같다. 그리고 각자 언어를 공부하는 시간을 기록하고 경쟁하며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다. 가끔 저학년들은 클럽에 나오지 않아도 이 둘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이 둘을 보고 있으면 내 고등학교 때 영어에 빠져있었을 때랑 대학 때 처음으로 중국에 가서 중국어를 신나게 공부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새롭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