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즈에서 만난 마틴

by Jin

크리스마스 휴가가 2주 넘다 보니, 늘 며칠이라도 여행을 계획한다. 겨울이라 캠핑이 불가능하니 보통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한다. 산이 그립기도 하고 낯선 영국에서의 생활에 우리만의 고립된 휴식이 간절했던 때에 웨일즈 브레컨비컨(Brecon Beacons) 국립공원 안에 있는 작은 코티지를 예약해서 다녀온 적이 있다.


도착하자 코티지 주인인 마틴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건데 영국에서 꽤 유명한 뮤지컬 음향감독으로 앤드로 로이드 웨버와 뮤지컬 작업도 많이 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구글에 이름을 쳐보니 정말 유명한 영국의 음향감독이었다. 한국의 뮤지션들과도 작업을 해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작업방식이 매우 독특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웨일즈의 벽촌에서 코티지를 3개 운영하며 개인 녹음실에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화가 아내와 살고 있다.

20190220_170609.jpg 마틴 아내의 그림
20190217_102208.jpg 우리가 머물렀던 코티지

큰 아이가 바이올린을 한다고 하니 매우 반가워하며, '영국에선 네가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누구든 너를 도와주려 할 거야. 그러니 열심히 음악을 즐기며 해봐!'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의 경험담이라도 했다.


아버지가 첼리스트였는데 본인은 연주하는 악기는 없고, 음악은 하고 싶은데 대학도 나오지 않아 방황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런던의 음악 녹음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다가 어떤 녹음실 창문에 잡부를 고용한다는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시켜달라고 사정했다고 한다. 거기서 청소와 손님 오면 차 나르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타고난 음악적인 기질을 발휘하며 녹음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자기의 재능과 노력을 알아봐 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우린 그 코티지에 다음 해에 한 번 더 가서 3일 정도 머물렀다. 그때는 무슨 급한 녹음일을 맡았는지 마틴은 줄곧 녹음실에서 일을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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