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머핀 유령

by 임소요

9시 급식실로 들어가서 10시 반까지 배식차, 식기 준비하면서도 머핀은 별일 없나 너무 궁금한 거야.

‘아, 지금 치프랑 기쿠치상이 으쌰 으쌰 머핀 반죽을 만드느라 한창이네~’

‘음~ 유산지컵에 블루베리를 넣고 위에 반죽을 넣을지, 반죽 위에 블루베리를 토핑 할지 고민 중이구나.’

‘흠. 당근 머핀이 애들이 취향은 아니지. 3분의 1도 의외인걸?’

‘그럼 혹시 나도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건가? 그럼 난 당연히 당근 머핀!’

‘아니야, 배식하고 나면 어느 쪽이 많이 남으려나? 블루베리 머핀이 많이 남으면 그쪽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맛있으면 집에 가서 만들어봐야지.’

이날 완전 머핀 망상증에 걸린 것 같았어.


반죽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컵에 넣어줄 차례야. 작은 국자로 머핀 반죽을 떠서 유산지컵 속에 반쯤 넣어주고 있을 때 일이 터졌지. 반죽이 유산지컵 밖으로 흘러버린 거야. 헉, 이거 괜찮은 건가 싶었는데 다들 작은 종이컵에 반죽 넣는 게 쉽지는 않은 듯 비슷한 실수 하더라고. 어떻게 해야 반죽을 정확하게 유산지컵 안으로 넣지? 예쁘게 넣기에 꽂혀서 힘 조절 높이 조절해가며 머리 굴려 넣었더니 시간은 걸렸지만 다른 사람들 보단 훨씬 깔끔하게 잘 넣었더라고. 근데 알고 보니 반죽을 컵에 예쁘게 넣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어. 으... 얼마나 빨리 넣느냐! 이건 거야. ㅋ 460개나 되는 머핀들이 구워질 시간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는 걸 새카맣게 잊고서는, 나 혼자서 한가한 날 집에서 베이킹하듯 예쁘게 만들어야지 하고 있었어. 치프가 오븐 예열 다 됐다고 말하는 순간 아차! 했다니까. 배식에 차질이 생기는 거 아닌가 어찌나 가슴이 철렁하던지. 눈치 빠른 베테랑 지원군들이 와서 내 몫까지 반죽 위에 블루베리 다섯 알씩 흩뿌려주는 작업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해 주고는 다시 돌아갔어.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만 난 어찌나 진땀이 나던지.


재빠른 선배 알바들 덕에 당근 머핀들은 차질 없이 예열된 오븐에 차곡차곡 들어갈 수 있었어. 머핀의 달달한 향이 솔~솔~ 풍기기 시작하니까, 급식실 분위기가 살짝 스윗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보통 급식 메뉴일 때랑은 분명히 다른 냄새잖아. 그렇게 일하고 싶던 빵집에서 일하는 기분이 들었어. 얼마 뒤에 오븐 알람이 울리고 기쿠치상이 와서 머핀의 온도를 재고 맛을 본 후 오케이. 옅은 오렌지 색을 띠는 당근 머핀들이 속속 오븐에서 꺼내져 각 학년별 배식 트레이에 담기는 동안 이어서 블루베리 머핀을 구울 차례가 된 거야. 오븐에 넣으면서 기쿠치상이 ‘치프, 머핀 사이즈에 비해 블루베리가 너무 많았나 봐요.’ 하고 걱정하더라고. 치프가 괜찮다고 했고, 무사히 오븐에 넣어 굽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람수대로 담아주는 야끼소바를 각 학년별 배식차에 옮기느라 분주한 와중에도 ‘에이, 괜찮지 않나? 블루베리가 많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이러면서 속으로 말참견을 하고 있는 거 알아? 왜케 자꾸 신경 쓰여 ㅋㅋㅋ


또 한 번의 알람이 울리고 기쿠치상이 온도계를 들고 오븐에서 머핀을 꺼내는 순간,

“캬~!!! 유령이다~!!”

다들 하던 일 멈추고 와서는 몇 백개나 되는 블루베리 머핀들이 죄다 시커멓게 물든 걸 보고,

“유령이 아니라 좀비 머핀인데?”

“얼마 있으면 할로윈이니까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다들 웃으면서 위로인지 뭔지 한 마디씩 던지고는 사라졌어.

나도 쭈글쭈글 블루베리들이 이렇게 기괴하게 보일 수 있나 싶은 게 머핀을 본 아이들 표정이 어떨지 궁금해지긴 하더라.


배식 마감까지 끝나고 나서 드디어 알바들의 점심시간에도 후식 타임이 돌아왔어.

나는 당근 머핀을 골랐지. 맛이 너무 궁금했거든. 시나몬 향에 콩비지 가루가 들어가서 그런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었어. 소박한 당근 머핀을 아침에 내려온 커피랑 같이 먹고 있으니 이런 게 급식 알바의 즐거움 인지도 모르겠다 싶었어. 그리고 내일은 어떤 메뉴일까 궁금해지더라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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