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주는 지옥의 메뉴가 연달아 들어 있어서, 다들 신경을 바짝 쓰고 있었어. 그중에서도 모두를 떨게 한 공포의 오늘 메뉴는 바로 '타코라이스'. 갓 지어진 밥에다가 살짝 데친 양배추를 버무려준 다음, 그라탕 용기에 밥 넣고, 소스 넣고, 피자 치즈 넣고 세 번... 총 460명 분이니까 1380번의 손이 가야 하는 지옥의 메뉴인 거지. 아침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잠깐이라도 느슨해지지 않도록 치밀하게 움직여주면서 집중해서 일했어. 그렇게 다들 자기 역할에 맞춰 딱딱 움직여주니 뭐 배식시간 맞추는 데는 크게 지장 없겠더라고.
역시 평소보다 다들 30분 일찍 출근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끝나간다 싶었어. 중간 학년의 타코 라이스가 놓인 마지막 트레이 5개가 오븐에 들어가는 순간, '아, 드디어 끝났구나!' 안도했어. 다음은 뭘 해야 할지 일단 급식실을 한 바퀴 쭉 둘러봤지. 보니까 시바타상이 각 학급에 들어갈 견본용 수프를 담고 있더라고. 원래는 반별 트레이를 커다란 작업대에 쫙 펼쳐놓고 두 명이서 하는 일인데, 작업대가 없어서 작은 배식차 위에서 하고 있었어. 학년별로 수프를 그릇에 떠서 담은 다음에 랩 씌우고, 학년-반이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그걸 트레이에 올려 배식차까지 갖다 놓는 일을 시바타상 혼자서 하고 있더라고. 아무래도 일이 더딘 것 같아서
"제가 랩을 씌우고 스티커를 붙일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가 2학년부터 이어서 시작했어. 2학년 1반, 2반의 수프에 랩을 씌우고, 스티커를 붙여 배식차 운반. 그리고 3학년 1반, 3학년 2반 수프에도 똑같이 했다고. 그리고는 4학년 1반, 4학년 2반의 수프에 랩을 씌워서 스티커를 딱 붙이려는 순간 4-1반 스티커가 없는 거야. '엥? 뭐지? 원래 없었나?'
앞에서 일하던 아키야마 상한테 물어봤어.
" 4-1반 스티커가 없는데 어쩌죠?"
"아, 그래요? 랩 씌우고 마카로 위에 쓰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니시가타상한테 스티커 없어졌다고 말하고 어떻게 할지 물어보세요."
물어보러 가면서도 마카로 쓰고 적당히 넘어가면 되려니 했어. 내 행동에서 뭔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탁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원래 없었던 것 같기도 했어. 그나저나 배식차 각 반으로 보내기 5분 전인데... 설마... 나는 적당히 마카로 써서 마무리하게 될 줄 알았어. ㅋㅋㅋ 순진했던 거지. 니시가타상한테 말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스티커를 찾기 시작해. 랩 상자의 겉 부분을 확인하고, 작업하던 배식차를 보고,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나 보더라. 아까 내가 운반했던 수프 견본들도 꼼꼼히 확인해봤지만 없었어. 그제야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로구나 싶었지. 스티커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니까 발견하기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건 원래 없던 게 아닐까... 요...? 살짝 운을 띄워 봤지만, 니시가타상은 절대 그런 일은 없대. 아침에 휴게실에서 스티커 챙길 때 없었으면 눈치챘을 거라고. 하긴, 아침에 스티커랑 이것저것 같이 챙기면서 몇 명이 같이 보니까 그럴 가능성이 없긴 해.
일단 배식 시간에 늦을 수는 없으니까 다들 밖으로 나가 배식차를 운반하는데, 나도 일단 당장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평소대로 배식차를 운반하고 급히 급식실로 돌아갔는데.,.. 헐 ㅜㅜ
영양사 선생님이랑 치프가 커다란 쓰레기통에 있는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꺼내 확인하고 있는 거야. 스티커 찾느라고... 으~~ 죄송하다고 옆에서 같이 뒤져보려는데, 괜찮다고, 여기는 둘이 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을 하래. 원래 영양사 선생님은 각 반을 돌아다니면서 배식 상황 확인하는 시간인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 있으셔도 괜찮을까 싶고. 게다가 조금 있으면 점심 휴식시간인데 나 때문에 밥도 못 드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는데, 영양사 선생님과 치프의 스티커의 행방을 찾는 질문들이 이어졌어.
"여기 배식차에서 스티커를 붙였다는 거죠?"
"랩은 이쪽 것만 썼나요?"
"1학년 스티커 붙일 때도 4-1반이 없었나요?"
"걷어붙인 옷 속에 있을지도 모르니 한 번 내려볼래요? 아... 역시 없네요. 고마워요."
어, 근데 실수에 대한 추궁의 느낌이 아니고, 이 상황에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는 나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어.
"나카무라상 몸 어딘가 붙어있다가 운반하면서 떨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 너무 바빠서 서둘러 일을 한 것도 있고, 랩을 다 씌운 다음에 한꺼번에 스티커를 붙여야 그런 일이 없는데, 작업대가 없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네."
점점 작아지는 43살의 나카무라상 옆에서 변명을 만들어주는 니시가타상.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나카무라상이 한 일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죠 뭐. 옆에 같이 하던 시바타 상일 수도 있고, 그 옆에 있던 내가 지나가다 어딘가 스티커가 붙어서 없어진 걸 수도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정리실에서 슬쩍 위로해주는 아키야마상.
그 위로에 에라 모르겠다. 그래, 플라스틱 파편도 아니고, 벌레나 수세미같이 먹어서 심하게 혐오스러운 종류의 이물질도 아니니까 불행 중 다행이다 생각해버렸어. 안 그러면 뭐 어쩌겠어. 이미 스티커는 없는걸.
그렇게 아이들 점심시간이 끝났어. 아키야마상이 지금 시간까지 아무 일 없으면 이제 괜찮은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갔으니 됐다고 하니까 조금은 안심했지. 그러고 나서 각 반의 배식차가 다시 급식실로 돌아왔어. 2학년 1반, 2학년 2반, 그리고 핸디가 있는 아이들 반인 시오미 학급 배식차가 돌아왔고,
니시카타상이 다 먹은 식기, 쟁반을 정리하다 순간, 큰소리로
"여기 있다!!!"
"우와~다행이에요!!!"
"나카무라상 다행이다! 다행이다! 찾아서 정말 잘됐다."
휴~~ 여기저기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 스티커는 시오미 학급의 쟁반을 넣는 트레이 밑바닥에 띡 붙어있었어. 아무래도 내 몸 어디에 붙어있다가 떨어진 것 같아. 치프는 스티커를 보자마자 바로 영양사 선생님한테 달려가더라.
내 덕분에 이 날 3시까지 30분 잔업. ㅜㅜ
마지막까지 제대로 민폐를 끼쳐 미안했지만, 일단 무사히 지나가서 천만다행이고, 그리고 모두 조금씩 짐을 나누어 줬다는 왠지 나쁘지 않은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