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에다마메 볶음밥

by 임소요

"와~, 평화의 날! 볶음밥의 날이다."


그라탕같이 몇 번이고 구워줘야 하는 오븐 메뉴이거나, 비닐 시트에 460명분을 일일이 포장해야 하는 빵 메뉴가 아닌 날을 ‘평화의 날’이라고 지정했어. 오븐 메뉴는 용기에 밥이든 면이든 담고, 소스 뿌려 주고, 피자치즈 올리는 작업까지 있으니 시간이 늘 부족하거든. 빵도 마찬가지. 크로켓 빵 같은 경우는 빵을 늘어놓고 속을 넣고 소스류를 뿌리는 작업이 있고, 허니버터 토스트인 경우엔 하니 버터를 한 장 한 장 발라주는 작업이 있으니 바쁘고.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그 빵을 또 각각 개별 포장을 하게 됐다고. 정신없이 포장하다 행주 올려놓는 일도 깜빡, 교직원용 밥을 담아 두는 일도 깜빡, 우유 꺼낼 때 꼭 앞치마를 해야 하는데도 깜빡하고... 아주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니까.


그런데 볶음밥 메뉴는 할 일이 없어. 그냥 배식 트레이에 담기만 하면 되거든. 이런 평화의 날은 일단 마음이 불안하지 않으니까 똑같은 무더위라도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더라고. 어떤 날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휴식시간까지 있으니 하하, 그날은 평화도 아닌 천국의 날이지. 휴게실에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20-30분 수다 떨다가 다시 급식실로 들어가는 날이라니 천국 아니겠어. 뭐 아무튼 평화롭기만 해도 좋은 날이야.


출근해서 무슨 볶음밥인가 급식 메뉴표를 봤더니, 에다마메 볶음밥. 그 옆에 참고란에는,

“지금이 제철인 에다마메를 볶음밥 재료로 사용했어요.

콩껍질에서 콩을 수확하여 요리했습니다.

에다마메의 맛을 느껴보세요. ”

라는 멘트가 쓰여 있더라.


요즘 한참 에다마메 철이라서 메뉴에 들어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에다마메 뿌찌 뿌찌 지미나 사교(에다마메 콩 빼는 작업이 지루하다)라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급식실로 들어가는 거야. 급식실엔 벌써 깨끗이 씻어 삶아진 에다마메가 한 광주리. 배식차 세팅을 끝내고 곧바로 작업에 투입됐어. 껍질을 꾹꾹 눌러 콩을 쏙쏙 빼주는 이 작업은 원래 해마다 에다마메 철이 되면 학교 아이들이 하던 이벤트였다네. 급식 메뉴표에 쓰여 있는 것처럼 아이들이 직접 콩깍지에서부터 콩을 수확해보고, 그 콩의 맛을 음미하자는 의도라고. 그런데 작년엔 뭔가 일이 있어서,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2년 내내 급식실로 넘어온 거지. 무아지경으로 하나하나 에다마메를 콩깍지에서 빼주는데, 푹푹 찌고 습한 급식실에서 에다마메를 까고 있으니 치프가,

“아, 맥주 마시고 싶네요. ”

역시, 다들 똑같은 마음. 에다마메 옆엔 항상 맥주가 있는 풍경이 그려지잖아. 어른이라면 말이야.

시원한 맥주를 상상하며 하하호호 콩을 빼는 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도 지나도 양이 줄지 않으니 다들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고. ㅋㅋㅋ


다음은 한 알 한 알 얇은 막 같은 속껍질을 벗겨주는 작업. 뭐 그래, 그 콩깍지 벗기는 건 어느 정도 납득하겠어. 진짜 대박인 건 에다마메 씨눈 빼기. 씨눈이 이물질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였는데, 세상 분주한 시간에 4명이 달라붙어 씨눈 빼 주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아까 콩 빼던 거랑은 비교도 안되게 더디고 시간만 가는 거지. 잘 보이지도 않는 에다마메 씨눈을 빼면서 나도 모르게 ‘이 상황을 어떻게 좀 해주세요.’ 하는 눈빛으로 주변 사람들을 쳐다보게 되더라. 결국 다른 일이 전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영양사 선생님이 씨눈까지는 힘들겠다 판단하고 이만 마무리하기로 결정! 휴~진짜 왜 에다마메에 고개를 절레절레했는지 알겠더라. 당연히 시간 없어서 오븐 메뉴, 빵 메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한바탕 정신없었지.


에혀, ‘평화의 날’은 일이 다 끝나 봐야 지정할 수 있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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