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차 셋팅

by 임소요

일주일 금방이야. 확실히 저번 주보다는 선선해졌지? 이제 1,2도 기온차에 얼마나 예민한지 몰라. 어서 찬 바람 불어주는 것 만이 사는 길인데… 그래도 며칠 했다고 긴장이 조금 누그러져서 그런지 아침 학교까지 가는 길에 예쁜 카페도 눈에 들어오고, 이번엔 이 길로 가볼까 하는 여유가 생기더라. 늘 하던 대로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서 학교로 갔어.


학교로 들어와서 알바들끼리 잡담 섞인 일 얘기 한판 하고, 옷 갈아입고, 급식실 들어가서 깨끗이 손 씻고, 알코올 소독으로 마무리…일단 여기까지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불안함 없이 혼자서 해냈어. 몇 일 전까지 학교문 지나 급식실까지 들어오는 것도 겨우겨우였던거 생각하면 제법이지? ㅋ 이제 본격적인 조리가 시작되는 10시 반 전까지 깨끗한 무균 손의 알바들은 각자 할 일을 분담하거든. 나는 일단 신입이니까 급식차를 알코올로 깨끗하게 닦아주거나 식기 운반 같은 단순한 일들을 그때그때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어. 각자 할 일이 정해지니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알바 선배들을 보면서 일 자체는 단순해도 엄청난 양의 일들이 있고, 그 일에 다 순서가 있고, 그 순서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됐지. 내 머릿속에서 그걸 정리해서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리겠다는 것도.


일본 학교는 아이들이 직접 배식을 하기 때문에 급식차에 음식을 비롯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싹 세팅해서 각 반 교실로 운반하는 시스템이잖아. 아이들이 배식을 하니 식기부터 필요한 집기들이며 챙겨야 할 물건들이 정말 많더라고. 급식차는 3단으로 되어 있어. 맨 위 1단 칸에는 주식/부식/샐러드/숟가락, 젓가락/행주를 올려놓고, 2단 칸에는 식기 3종류/국자 집게 등 도구, 3단 칸에는 뜨거운 국 종류/우유(빨대)/트레이를 올려놓게 되는데 물론 어느 위치에 어떤 방향으로 놓는 건지는 다 정해져 있지.


10시 반까지 음식 이외에 것들을 급식차에 미리 세팅하는 일은 매번 똑같지만, 그날그날 다른 인원수와 메뉴를 확인하는 건 필수야. 오늘은 메뉴가 연어구이, 샐러드, 잡곡밥, 된장국이니까, 식기는 메인 접시(연어구이랑 샐러드), 밥공기(밥), 국그릇(된장국)이, 도구는 연어 구이용 생선 집게, 사라다용 집게, 주걱, 국자가 세팅되줘야 하는 식이야. 그리고 메뉴에 따라 필요한 수저나 젓가락을 놓으면 기본 세팅 완료.

나한테 어려운 게 메뉴에 따라서 다른 도구들을 구분해 내는 거야. 급식을 먹었던 사람은 상식일지 모르겠는데 집게 하나로 고기도 굽고 생선도 뒤집고 하던 나는 생선용 집게인지 빵 용 집게인지 그게 그것 같고 도저히 구분이 안 가더라고. 국자도 마찬가지야. 내가 국자를 놓고 있는데 저쪽에서 이마나카상이 눈치채고 무서운 속도로 나한테 와서 깜짝 놀랐어.

“국자는 동그란 부분이 크고 손잡이가 긴 건 고학년, 조금 작은 건 저학년이에요.”라고 설명해 주면서

“외워야 할 게 너무 많죠? 저도 처음에 실수 많이 했는데 시간 지나면 다 알게 되니 괜찮아요.”라고 말해주고 가더라. 다른 사람들도 실수했다고 다그치거나 뭐라고 하지 않아서 마음은 편한데, 그렇다고 언제까지 봐주진 않겠지. 내가 실수하면 다른 사람들이 수습하랴 가르치랴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럽고 스스로 조바심 나고 복잡한 심정이 들더라고.


***급식 보너스***

연어 부족 소동


아, 맞다! 급식차 세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서 사건이 있었어.


당연히 그 시점엔 내가 상황 파악이 안됐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매년 9월 3번째 주 월요일이 경로의 날이거든.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학교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학교에 초대해서 급식을 대접하는 행사가 있었나 봐. 평소보다 챙길 인원도 많았던 데다, 배식 직전에 명수가 바뀌면서 착오가 생겨서 메인 요리인 연어구이의 개수가 모자랐었대. 치프도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알바 6년 차 니시가타상이 급하게 옷 갈아입고 자전거 타고 나가서 공수해 온 덕분에 해결이 잘 되었다고. 오랜 경험에서 나온 현명한 대처법이지 않겠어? 니시가타상 말로는 동네 슈퍼, 생선가게 다 돌아다녀서 겨우 샀다고…헐레 벌떡 슈퍼에 들어가서 연어만 싹쓸이해서 담으니까 계산할 때 사람들이 뭔 일인가 다 쳐다봤다면서 으쓱하시더라. 완전 영웅 됐지. ㅋㅋㅋ 보수가 많지도 일이 편하지도 않은데, 저렇게 자기가 나서서 일을 해결하다니 대단하더라. 워낙에 이 학교에서 일을 오래 하기도 했고, 치프도 믿고 의지할 정도니까 책임감을 즐기는 듯해.


연어 사건의 결말인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드릴 급식이 급하니까 직원이랑 알바들이 먹을 연어를 먼저 드렸거든. 덕분에 슈퍼에서 공수된 기름지고 큼직한 연어는 직원, 알바들의 점심 급식에 등장했어. 우왕좌왕 다들 힘들었지만, 맛난 연어로 조금 보상받았다며 행복해하더라. 물론 나는 옆에서 얻어걸렸지만.ㅋㅋㅋ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 노동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