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새봄에 태어난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 한 설렘이, 햇살과 만나 반짝거리는 연둣빛 평화로움이 나의 말에 가끔 묻어나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강아지 발바닥의 쿰쿰한 꼬순내까지 풍기면 더없이 좋겠다.
세상에는 많은 말들이 산다. 무거운 말, 가벼운 말, 깊은 말, 얕은 말, 다정한 말, 차가운 말.
어떤 말들은 보이지 않는 가시가 서린 채로 아프게 파고든다. 피할 틈도 없이 박힌 채 이곳저곳을 사정없이 찌르고 상처를 낸다. 마음에 내려앉은 날카로운 말들은 되뇌일수록 무성해지고 어느새 커다란 덤불로 얽혀 걷잡을 수 없이 자란다. 그 사이에 고인 말들은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맬 뿐이었다.
나는 그런 아픔을 주지 않기를 바랐다.
섣불리 내뱉지 않으려 고르고 고른 말들은 입가를 맴돌다 삼키기 일쑤였고, 삼킨 말들이 쌓여 갈 때면 퍽퍽한 밤고구마를 연달아 먹는 것처럼 답답했다. 속을 쓸어내리고 쏟아낼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토해내듯 수줍게 쌓인 말들은 돌담처럼 차곡히 쌓여 갔다. 그럴 때마다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마음이 서서히 진정되곤 했다. 가끔 돌담의 빈틈 사이로 스치는 바람처럼 따뜻한 이들이 오고 갔고, 그런 날엔 꽤 많은 위로가 되었다. 쓰는 삶을 살다 보면 평화의 넝쿨로 다시 가꾸어질 내면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말은 쉽게 사라지고, 글은 오랫동안 남는다’
김종원 작가의 말이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오랫동안 남는 글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긴다.
깊게 생각하고 적게 내뱉는 ‘말’과
쏟아내듯 쓰고 많이 덜어내는 ‘글’을
남기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렇게 한껏 덜어내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