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노동과 재미있는 놀이 사이의 어딘가
브런치...
사실 거창하게 해 보려다가 흐지부지 잊고 살았던 터였다.
하나하나 정독했다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하하..
열심히... 조금 더 개인적인 내용을 써야 할 이유가 생겼다.
원래는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글 (도움이 되고 싶은 글?)이나,
혹은 내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을 적으려 했는데...
그러다 보니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아예 브런치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냥 시답지 않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마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께서도 브런치를 하시는데,
격려도 받고, 조금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자극도 받았다.
가볍게 쓸 이야기들은 그냥 가볍게 쓰려한다. 학생들에게 썰을 풀어주듯..
그래서 시작한 졸업식 준비 이야기~ 두둥.
음... 근데 문제는 내 업무 중 하나가 졸업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업무가 졸업식만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는 것이다!
바쁘게 급한 업무들을 해 나가면서 졸업식 관련 업무 중 급하지 않은 것은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졸업식 직전의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되었다.
주말 동안 졸업장 수상을 위한 영상을 제작하고, 수상을 위한 PPT를 제작하느라 5시간은 걸린 것 같다. 띠용
그 이유는 졸업장 수여 방식에 있었다.
졸업장을 행사장 현장에서
각 반 담임선생님께서 맡은 학급의 학생들에게 1번부터 끝 번까지 번호 순서대로 수여하는 방식이었다.
화면에는 다음과 같이 해당하는 번호의 학생들을 한 화면에 배치해야 했다.
각 번호마다 한 장면 안에 같이 등장하고, 7초간 해당 장면을 보여준 후 다음 번호 장면으로 이동하면 된다.
원시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해보자.
1. 각 반 학생들의 사진을 받는다. 사진 파일명은 반마다 제각각이다.
2. 각 반 명렬표를 받는다.
3. 각 반 명렬표에 따라 각 반 사진들을 분류한다.
4. 사진편집기 또는 동영상편집기를 통해 학생 300명가량의 사진을 하나씩 배열한다.
5. 학생 한 명씩 학번에 따라 반과 이름을 타이핑한다.
6. 사진 간격을 잘 맞춰서 영상으로 제작한다.
*. 이름과 반이 틀리면 졸업식에서 내외빈과 학생들 앞에서 큰 대형사고가 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300번 정도 같은 작업을 꼼꼼히 오류 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부가적인 시간까지 합쳐야 한다.
1명 당 사진작업, 이름작업, 오류체크까지 빠르게 해서 2분 걸린다고 했을 때,
2분 x 약 300명 = 600분 = 10시간인데..?
에에에에에엥?!!
너무 길게 잡았나. 한 명당 1분이라고 하면 5시간.
근데 1분 만에 이게 가능한가? 부가적인 작업까지 고려하면 1명당 몇 초 안에 해야 되는데?
이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나를 너무 믿는 건가?
첫째, 학생들의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사진 파일 셀렉을 수월하게 하는 것과
둘째, 기존 명렬표를 활용하여 타이핑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
셋째, 장면 하나에서의 사진 간격과 글자 위치를 맞추는데 불필요한 노력의 시간을 줄이는 것
여러 생각, 아이디어 발산, 탐색, 실험 등을 통해
코딩, 엑셀, AI, 사진 편집 프로그램,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해결했다.
(생성 AI만을 이용해서 한 번에 해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고, 아이디어를 짜고, 실제 실험을 해보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어? 이거 재밌는데?'였다.
실제 수행에는 짧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 전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들이 참 길었다.
그 긴 시간만큼 배움의 양도 많았고, 경험의 질도 높았다고 생각한다.
실제 풀이를 글씨로 적어내려가는 시간은 정말 별 것 아닌...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풀이를 이끌어 내기 전까지의 인고의 시간들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 그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
" 같은 시간 동안.... 문제를 많이 안 푼다고, 공부를 많이 안 하는 것이 아니다! "
라고 말하고 싶지만,
괜히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의 변명거리만 추가하게 된다. ㅎㅎ
또, 이미 스스로 다른 결론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 말이 잘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결론, 문제를 많이 풀게하는 기계적인 학습을 조장하는...
현장(사교육, 공교육)의 환경이 너무 거대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며...
또 다른 생각은 '이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했으면 어떻게 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고생했을 수도 있고...
배경지식과 지식이 더 많다면,
조금 더 기발하고, 더 시간적으로 짧고, 더 재미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매우 유익했고, 타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활동이었기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사실 그냥 원초적인 방법으로 무작정 빠르게 피지컬로 밀어붙였으면 더 빨리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했다. 다만, 그 과정은 아무 배움이 없는 육체적 노동이었을 것이었고, 그다지 재밌지는 않았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되긴 했지만, (주말이라는 부분이 더 가중시킨 면도 있음ㅎ)
졸업식 날의 학생, 학부모들을 생각하며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즐거운 마음이었다. :)
이때는 이렇게 준비를 하면서도 한 번도 정규수업으로 가르친 적 없는 아이들이어서...
몇몇 아이들 빼고는 사실 크게 교류가 없었던 터라 별달리 감흥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참으로 눈물뚝뚝 참기 어려운 졸업식이 될 줄 어찌 알았을까...
다음은 졸업식 이야기~~
피지컬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여담인데,
1990년대 고등학교 시절 온라인 타자 게임(딸기 타자)에서 탑 랭커 중 하나였다. 흐흣 으쓱
GPT는 알고 있을지 물어보자.
우와.... 그 어디에서도 검색되지 않았는데, 얘는 어떻게 잘 알고있네??!!
소오오름.
당시 마음먹고 치면(골라서 치면 흐흐) 단문의 경우 분당 타자수가 1,000타 곧잘 넘었다.
전체 평균타수는 900타 정도였다. 전국 10~20위권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닉네임이 [사악|질풍] 이었다... 오글.. (뭐 이리 유치한 것인가)
길드(?) 같은 모임으로 [사악파]라고 있었고.... 거기에 속해 있었다. 당시에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흑역사네.;;
30년 정도 지난 일이다 보니... 기억나는 정도는 그 사악파에
[사악|착이]라는 닉네임의 동생이 기억나는데,
"안뇽", "방가방가" 하며 인사를 잘하던 무척이나 귀여운 동생이었는데.... 그 친구도 이제 40대가 되었...
이때 세벌식 키보드로 키보드를 바꾸면서 속도가 엄청 빨라졌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지기 싫고, 순위에 대한 욕심도 많았던 터라
치기 쉬운 단문만 골라 쳐서 만든 ID [사악|중풍] 은 평균타수가 1,100타~1,200타 정도가 나왔다.
마치 평균타수가 1,200타가 나온 것처럼 행세하며 딸기 타자방을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으쓱 으쓱 하고 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창피하지만 추억으로... ㅎㅎ
딸기타자게임, 머드게임을 비롯해, 인포샵,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동호회 등등 여기저기 인터넷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PC통신계의 황태자노릇을 했던 과거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