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집

by 글임

집이라는 건 뭘까요? 나른한 주일 오후 소파에 앉아 쓸모없는 생각을 잡았습니다. 생각이란 건 보통 흐르듯 지나다니는 속성을 가졌으니, 생각을 ’한다 ‘는 표현보다 ’ 붙잡는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싶습니다.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어 거푸집을 세운, 그렇게 차곡히 쌓으면 집이 됩니다. 나무와 돌로 이렇게 저렇게 세워두어도 집이 됩니다. 단독주택도, 다세대주택도, 반지하도 아파트도 모두 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건축물에 불과합니다.


아내가 오래 집을 비운날이 있었습니다. 친구와의 만남이었는데 오후부터 밤까지의 시간을 약속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반나절 정도를 혼자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집 안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먼지 쌓인 선반 위에 놓인 사진책도,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 옷방도, 생화인 척 놓여있는 덩굴식물도 말입니다. 아내가 집을 비우자, 아내 없는 집이 나를 낯설어했습니다.


문득, 집은 우리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집이라는 건 땅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나와 아내 사이에 지어진 게 아닐지 말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느 지역구에 사는지보다, 얼마나 입지가 좋은지, 그곳은 투자가치가 있는지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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