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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 Expat Nov 17. 2021

실패는 모험의 문을 연다!

역사 속 전염병, 에밀리 재해


1869년 실론의 주요 작물이던 커피농장에 커피 잎 병충해가 찾아왔다.

노란 반점이 특징인 '에밀리 재해'(Devastating Emily. 학명 Hemileia vastatrix)였다.

마둘시마(Madulsima) 지역 농장에서 시작된 재해는 겨우 10여 년 만에 커피 농장을 전멸시킨다.


용맹한 인디언이 한순간 전염병에 쓰러졌 듯,

정글을 베어낸 자리에 단일 농작물로 재배되던 커피 러시도 전염병에 맥없이 쓰러진다.

하긴 코로나라는 전염병에 지난 2년간 국경을 닫아버린 오늘날의 세계를 생각하면

과학기술도 덜 발전했던 그 시절, 전염병의 역사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사람들이 그저 역사를 잊었을 뿐...


농장주들은 거대한 땅을 포기했고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파산에 직면했다.

1,700여 명의 커피 농장주 중, 400여 명만 남고 나머지는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커피산업에 의존하던 식민지 경제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


실패는 모험의 문을 두드린다


남은 농장주들은 차가 그들의 구세주가 될 것임을 발견한다.

성공적인 차 재배 소식을 들은 이들은 룰레콘데라의 차 필드를 방문하여 차 제작과정을 견학하기 시작한다.


제임스 타일러의 열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지만...

돌고 도는 인생사!

실패와 성공은 결국 한 쌍이고, 궁극적으로 분리된 성공 실패 없는지 모른다.


아무튼 실패는 항상 '등짝을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모험의 문을 두드리변화시작된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패가 필요한 건 바로 런 이유가 아닐까?


죽은 커피 묘목 120,000 hectares(300,000 acres)를 차로 대체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산업 초창기에 비교하면 준비된 환경이 있었다.

많은 농장주 수요가 있었고, 잘 관리된 농장 시스템이 있었다.

커피산업에 맞춰 건설된 기존의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시설들 차 산업에 적용되었다.

이미 설립된 상업 기관들, 수출과 중개인 시스템, 농장주 협회가 있었다.

농장주와 부인들을 위해 개발된 리조트. 언덕 위의 마을인 누와라 엘리야에는

스포츠 클럽, 사교클럽, 성공회 교회 등 영국 건축물도 자리 잡고 있었다.


에밀리 재해는 당시 실론의 주요 수출품인 커피를 황폐화시켰다.

하지만 결국 이익이 더 많은 차 산업이라는 모험의 매개가 되었다.

실론티 100년 (A Hundred Years of Ceylon Tea, 1967)의 작가, D M Forrest는 그의 책에서 에밀리 재해를 차 산업의 수호신이라고 불렀다.


혐오스런 작은 곰팡이가 차 산업의 수호성인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There is no doubt that the disgusting little fungus must be regarded as our industry's patron saint)



하나의 실패, 다른 성공의 수호신


실론의 농장 산업은 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차 산업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차 산업의 문제는 노동력이었다.

커피와 달리 차는 정기적으로 수확되어야 했다.

그 과정은 훨씬 더 복잡했고, 훨씬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칸가니스(Kanganies, 농장 노동자 모집자)와 현장 감독들이 남인도 보내졌다.

차 농장에서 일할 노동자 모집을 위해서...

이렇게 인도 남부, 타밀 노동자의 스리랑카 차밭으로의 이주가 가속화된다.
    
오래된 커피 상점들은 차 제조를 위한 건물로 바뀌었다.

새로운 차농장에 소규모의 주문 제작된 차 제작 공장이 세워졌다.

생산되는 많은 찻잎들을 수용하기 위해,

오늘날 볼 수 있는 여러층의 공정으로 나누어진 차공장이 세워진다.

이러한 수요는 1880년대까지 증가한다.

남인도에서 이주한 타밀 아낙들이 손으로 하나씩 조심스레 수확한 차나무들의 잎은

공장에서 말리고 잘라지고 가공되고 포장되었다.


실론의 정글 속 산등성이에서

차공장 연기가 차 산업 기계화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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