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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 Expat Nov 20. 2021

립톤(Lipton) 티를 아시나요?

1873년, 23 파운드 소량의 실론티 패키지가 처음 영국에 도착한 이후, 이젠 훨씬 많은 차가 영국 경매시장에 배송다.


세계 최대 차 경매시장, 콜롬보 옥션


1883년, 실론티 산업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런던의 경매시장(Mincing Lane)과 비슷한 콜롬보 차 경매시장(Colombo Tea Auction)이 설립된 것이다. 첫 경매가 콜롬보 상인의 집(Colombo merchant house)인 Somervile & Co. 경내에서 이루어진다. 콜롬보의 경매는 점점 더 자주 열렸고, 점점 더 중요해졌다. 현재는 주 6 - 7백만 kg을 판매하는 차 단일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경매시장이 되었다.


1890년대 국가 단위로 판매홍보가 시작된다. 생산자와 수출업자는 브랜드를 만들어 실론티를 판매한다.

1891년, 실론티가 본격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주요 사건으로 가지 끝 어린잎으로 만든 최상품 차, 잘리지 않고 말려진 잎이 고스란히 들어 생산량이 적은 골든 팁(Golden Tips)이 런던에서 36파운드라는 기록적인 가격을 호가하며 거래된다.

1893년, 미국 시카고 세계박람회에서 실론티 패키지 100만 개가 판매된다. 실론티가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1894년, 더욱 조직적인 판매가 시작되어 실론 상공회의소(Ceylon Chamber of Commerce)에 콜롬보 차무역협회(Colombo Tea Traders' Association)가 설립된다.


1890년대 말, 차는 수출규모, 소득, 경작지 모든 면에서 과거의 커피산업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중국과 차로 인해 아편전쟁을 벌였던 영국에서 차는 더 이상 중국이 아닌 실론과 연결된 단어로 통용되기 시작한다. Kopi kalé(The coffee times)라는 스리랑카의 단어는 '오래되어 별로 관계가 없다'는 싱할라어의 구어적 표현이 된다.


1869년 에밀리 재해가 시작된 이후 30년, 차가 커피를 완전히 대체한다.




마케팅의 귀재, 토마스 립톤경


이 시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일은 우리에게 익숙한 홍차의 대명사, 립톤 라벨의 탄생이다. 전 세계 슈퍼마켓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 코카콜라, 네스카페.. 그중 차로는 단연 노란색 포장의 립톤 티다.


1890년, 스코틀랜드 출신 사업가 토마스 립톤(Thomas Lipton, 1848-1931)이 실론을 방문한다. 그는 호주 방문길에 들린 여행에서 제임스 타일러에게 차 사업 투자 제안을 받는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 소개되는 부자의 성공 법칙선택이라는 기회의 순간, 상상하고 행동한다!


립톤은 몇 주 만에 하푸탈레 지역에 거대한 농장을 사들인다. 실론에서 가장 넓은 땅의 소유자가 된 그의 농장에서 직접 수확된 차는 훌륭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영국 식료품 상점 체인의 오너였던 립톤은 마케팅의 귀재였다. 그동안 큰 자루에 담겨 대량으로 거래하던 차가 그의 상점에서 여러 단위로 소분 포장된다. 실론티 라벨을 붙인 차는 더 높은 가격에 팔린다.


1891년, 당시 신흥으로 떠오르는 미국 차 시장에서도 광고를 시작한다. 1893년, 립톤차를 트레이드 마크로 등록한다. 실론티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광고가 제작된다.

세계 최고(The World Finest)의 차를
다원에서 티팟까지(Direct from the tea gardens to the tea pot)


1898년, 차 판매상으로는 처음으로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자격을 수여받는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흙수저 립톤은 토마스 립톤 경이라는 영예를 얻는다. 국에서 립톤경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기존 상류층만이 주로 즐기던 티 문화를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으로도 대중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립톤싵(Lipton Seat). 하푸탈레


스리랑카 차밭 관광의 하이라이트 하푸탈레. 세계 3대 홍차의 명성을 가진 우바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콜롬보에서 7-8시간 흔들리는 파란 기차에 몸을 맡기면, 캔디와 누와라엘리야를 지나며 끝없이 펼쳐지는 차밭이 나타난다. 작은 시골역, 하푸탈레 기차역에 도착하면 화분의 예쁜 꽃들이 흔들리는 기차에 지친 여행자를 향해 하늘하늘 웃는다.


차로 갈아타고 한참을 작은 길을 돌아 절벽 옆 길을 지나면 하푸탈레, 담바텐네 차공장에 도착한다. 립톤이 실론에서 처음으로 사들인 담바텐네 다원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담바텐네 공장,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기 위한 기계들이 부지런히 돌아간다. 티 투어를 하고 마지막 방에서 티 테스팅을 한다. 작은 칠판에 토마스 립톤이 설립한 시설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


산자락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느긋하게 걸어서 가거나 툭툭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차가 재배되는 다원을 따라 올라가는 길,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아낙들이 부지런히 차를 채엽한다. 출하를 위해 저울에 재고 운반하는 남자들의 모습도 만난다. 지나온 역사를 떠올리면 삶이 팍팍했을 이들... 수줍고 밝은 웃음을 건넨다.


산 중턱에는 오랜 기간 그들의 삶이 오롯이 자리 잡은 터전, 다원 안 마을이 자리 잡았다. 힌두교 사원과 학교, 농부들의 집 앞에 정성스레 일구어진 텃밭도 보인다. 한국의 여느 시골처럼 젊은이들은 차밭의 삶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닌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에 펼쳐진 차밭, 멀리 보이는 첩첩의 산과 마을의 경치가 멋지다. 오후에는 대개 운해에 쌓인 풍경이지만 오전에 올라가면 멀리 바다까지 보인다. 언덕 위 한쪽에는 관광객에게 차를 파는 허름한 찻집이 있다. 사람에 익숙한 원숭이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정상의 한 끝에는 'Welcome to Lipton Seat'이라는 표지와 의자에 앉아 있는 립톤경의 동상이 있다. 동상 옆에는 립톤 경과 실론티의 인연이 기록되어 있는 비석도 있다. 립톤경은 농장을 방문한 지인들과 함께 언덕을 올랐다. 그리고 그의 차 왕국을 바라보며 차 산업을 구상했다고 전해진다. 뗄 수 없는 식민지 역사라는 이면을 대입해서 보면, 립톤경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여러 가지로 갈라진다.


차밭이 드넓게 펼쳐진 전망 좋은 언덕 립톤싵에 앉아, 립톤경처럼 차밭을 바라본다.

립톤이라는 인간의 인생, 스리랑카 차밭의 아낙들의 인생, 양쪽을 오가는 나의 마음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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