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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태주 Jan 08. 2017

출판사에 처음 투고하는 당신에게

알고 보내면 좋을 12가지 조언




1.

출판 원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 됩니다. 청탁원고와 투고원고. 출판사에서 기획해서 저자에게 집필을 요청하는 경우와 독자(아직 저자가 아니므로)가 자신이 쓴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는 경우입니다. 독자 투고의 경우 출판까지 진행 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가장 단순한 출판 가부 판단 기준은 책을 만드는데 투자한 비용을 판매를 통해 다시 회수할 수 있느냐 입니다. 이 자본주의 경제의 현실을 먼저 염두에 두고 투고를 해야 내 원고의 상태가 다시 보입니다.


2.
출판사가 낼 수 있는 양보다 출판을 욕망하는 독자들의 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과중한 업무 중에 하나입니다. 출판사마다 투고 원고를 검토하는 담당자를 정해 놓기 마련입니다. 담당자(편집자)는 투고원고를 검토하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다른 일로 바쁩니다. 그래서 사실상 신속하고 치밀하게 검토를 하기 어렵습니다. 투고자는 조급하게 결과를 재촉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치밀하게 검토하기 어려우므로 인상적으로 핵심을 드러내 보여주는 방법을 구사해야 담당자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3.

출판사마다 출판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향성이 맞더라도 함량 미달의 원고는 어느 출판사에 보내든 퇴짜를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 출판사와 출판 방향이 맞지 않아 거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원고와 잘 맞는 출판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출판사 이메일을 수집해 한꺼번에 동시다발로 원고를 보내는 독자도 있습니다.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검토 담당자 입장에서 불쾌할 수 있습니다. 시간 간격을 두고 한 출판사 한 출판사 정성스럽게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문을 두드릴 때마다 조금씩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4.
투고자 입장에서야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쓴 옥고일 테지만,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는 출판사업자 입장에서는 정말 의미 있는 원고가 아니라면 냉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출간 거절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물론 출판사 관계자와 지인일 경우에는 담당자 입장에서도 여간 곤혼스럽지 않겠지요. 까닭에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에 원고 상태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고, 투고 후에도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상처받지 말아야 합니다.



5.

원고만 보내지 말고 원고의 개요서를 함께 보내는 게 좋습니다. 물론 자신의 프로필도 첨부해야 합니다. 투고 원고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다면 어느 출판사든 전체 원고를 다 읽어볼 물리적 시간이 부족합니다. 투고 원고만 읽다가 날 샐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개요서가 있으면 원고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용이합니다. 자신의 이력도 출판 가부 판단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정보입니다. 원고의 신뢰성이나 전문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일 테니까요.


6.

신춘문예 심사도 그렇다고 합니다만 원고의 첫 페이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글 솜씨가 있는지 없는지는 첫 페이지만 읽어봐도 전문가들은 바로 압니다. 왜 다 읽어보지 않느냐고 항의하기 전에 첫 장부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만큼 매력적인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교재나 논문이 아니라면, 지루한 것은 지겨운 것이고, 지겨운 것은 독자에게 잔인한 일입니다. 투고 원고의 첫 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7.

목차와 머리말(서문)이 있어야 원고 파악에 용이합니다. 머리말과 목차는 저자가 왜 이 원고를 쓰게 됐는지에 대한 경위와 누가 읽으면 좋을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밝힌 글이라서 검토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합니다. 이것도 없이 보내오는 원고는 검토하기도 신뢰하기 힘듭니다. 집필 순서상으로도 목차와 서문을 먼저 써보는 것이 원고 전체의 체계를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8.

출판사 편집자는 함량 미달의 원고 수준을 높여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원고의 수준이나 컨텐츠 완성도는 전적으로 저자의 역량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니 빨리 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생이 걸리더라도 나만의 가치 있고 독특한 책 하나를 내겠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책 원고를 쓰기 전에 좋은 글, 올바른 글이란 어떤 것인가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물을 담는 그릇이 부실하면 내용물도 부실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9.

원고를 투고하기 전에, 혹은 원고를 쓰기 전에 서점에 나가서 유사도서가 나와 있는지 반드시 시장조사를 해 볼 것을 권합니다. 내가 쓰려고 하는 내용이 이미 책으로 나와 있고, 그 책들을 뛰어넘기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출판사에 보내봐야 채택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경쟁도서들을 보면 내가 쓴 원고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고, 어떻게 차별화해서 나만의 책이 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책을 위해 나무 수십 그루를 기꺼이 베어내도 좋은지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10.

원고를 집필하기 전에 편집자와 집필 방향이나 콘셉트를 의논할 수 있다면 헛수고를 줄이는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다 쓴 원고를 새로 뒤집어엎고 처음부터 새로 쓰는,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는 일이 자주 있거든요. 물론 잘 아는 편집자가 있거나 매력적인 집필 콘텐츠가 확실하게 있을 경우에 한해서 말입니다.



11.

출판사는 당신의 원고를 책으로 만들기 위해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게 됩니다. 독자는 당신의 책을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을 들여 구매하고, 또 읽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 점을 깊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내 원고가 그 정도 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져야 판매용(상업) 출판이 가능합니다. 그런 원고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자비 출판이나 소량으로 책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고, 요즘 유행하는 독립출판물처럼 내 책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꼭 상업 출판만 고집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

12.

출판사로부터 성의 없고 냉담한 거절의 답신을 받았더라도 결코 낙담하거나 노여워하거나 자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엔 롤링의 <해리포터>도 수많은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투고 원고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좋은 원고는 언젠가는 눈 밝은 편집자를 만나기 마련이고, 또 수많은 출판사들이 지금도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원고, 새로운 신인 작가를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으니까요. 올해는 당신의 책이 탄생하는 놀라운 경험을 맛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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