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아니다.
이등병 때 정신 나간 행동을 했었다. 자대 배치를 받고 2주 뒤, 우리 부대는 자대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갔다. 간략히 말하자면, 파견을 가서 한 일은 등산이었다. 등산이 곧 근무였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두 번 또는 세 번 근무를 들어갔다. 여름에 갔다가 여름에 복귀했는데 산 정상에 있는 온도계에서 46도를 보기도 했었다. 군대에서 40도가 넘는 날씨에 마시는 시원한 탄산음료의 맛은 경험해 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와 비슷할 것이다.
하루는 상병 선임과 근무를 들어갔다. 나는 수통에 시원한 사이다를 가득 채워 근무에 들어갔고 땀을 뻘뻘 흘리는 선임에게 원효대사의 해골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흥미를 보이는 선임에게 내 수통에 있는 물을 사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셔보라고 했다. 선임은 한 모금 마시더니 씨익 웃었다. 그리고 부대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 예상한 내 군생활은 그 사건으로 인해 단단히 꼬였다... (수통에는 물만 담아야 한다.)
사실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된 계기도, 매일 10시간 이상 자다가 7~8시간을 자게 된 생활도, 최근에 마음가짐을 고쳐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가능해졌다. 아메리카노를 즐기기 전에는 '쓰기만 하고 맛도 없는걸 왜 매일 챙겨 마시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10시간씩 자는 생활을 했을 때에는 10시간보다 덜 자면 내 능력의 절반도 못 쓸 정도로 피곤함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호적에서 날 파내지 않은 부모님께 감사하다.
현재 바뀐 내 모습은 바뀌기 전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했고 지금의 내 모습이 되는 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마음가짐을 바꾼다는 아주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였다.
먼저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된 계기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따뜻한 차를 마신다고 생각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마셨더니 놀랍게도 아메리카노의 쓴 맛은 고급스러운 풍미로 변했다. 웃긴 건 따뜻한 차를 마신다고 생각해서인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참 동안 마시지 못했다.
잠을 덜 자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계기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자고도 멀쩡히 나보다 기운 넘치는 친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친구와는 문제가 생겨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는데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저 xx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야?'. 그리고 잠을 줄였다. 신기한 건 잠을 10시간 이상씩 잘 때보다 7~8시간 잘 때 일상에서 피곤함을 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나이를 먹을수록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깨닫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인생에 있어서 치트키를 찾은 느낌이다. 무언가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마음가짐을 바꾸면 마법처럼 가능해지는 경험들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얻은 결론은 이것이다. 뭐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다.
('중꺾마'라는 말도 있다.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물론 모든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하다는 마음가짐만 가진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된 상황에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어'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따뜻한 차를 마신다고 생각한 것처럼 마음가짐을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다가 든 생각인데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고 잠을 줄이게 된 나의 예시는 아메리카노를 마셨기 때문에 잠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인가.)
아무튼 마음가짐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