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작가의 얼렁뚱땅 진화론 2편
장마철인 요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온다. 오늘 새벽 2시에 갑자기 친 천둥소리에 잠에서 깼다. 알고 보니 천둥소리가 아니라 옆에서 자고 있던 친구가 코를 고는 소리였다.
악기는 크면 클수록 더 크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내 친구도 한 덩치 하는 편인데 친구의 코 고는 소리는 정말 우렁찼다. 이 우렁찬 소리의 천둥은 내게 내리쳤고 내 머리에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코 고는 사람은 더 진화한 것인가. 덜 진화한 것인가.
친구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이다.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가까운 유럽에 정착한 사람들은 서양인이다. 동양인은 먼 거리를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모래가 가득한 지역을 만났고 수풀이 우거진 지역과 높은 산들, 엄청나게 덥고 습한 지역도 만났다. 동양인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동양인은 땀 냄새가 나지 않는다. 땀 냄새가 나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만날 다양한 포식자들에게 냄새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사실 유전자가 점점 사라졌다기보다는 땀 냄새나는 사람이 점점 사라졌다. 또한 눈이 작아지고 몽고주름이 생겼다. 추위에도 강해졌다. 실제로 동아시아인은 동상 확률이 가장 낮은 인종이다. 온도가 떨어지면 동양인의 몸은 빠르게 모세혈관을 수축하고 내장의 온도를 높인다. 팔다리가 짧고 내장 지방이 많은 이유도 추위에 강해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코를 고는 행위도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발생한 진화의 산물일까?
처음에는 코를 고는 사람들은 당연히 진화가 덜 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코를 골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잠을 자는 시간에 무방비하다. 그리고 인류는 밤에 잠을 잔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밤에, 심지어 가장 무방비할 때 코를 고는 행위는 포식자에게 자기를 잡아먹어달라고 위치를 알려주는 행위이다. 포식자에게 위치를 알리지 않기 위해 땀 냄새마저 없앤 마당에 코를 고는 인류는 대부분 잡아먹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코 고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다 보니, 문득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코를 고는 사람들은 진화한 인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친구의 코 고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마치 상대를 위협하는듯한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상대를 위협할 때 덩치를 커 보이게 만들고 큰소리를 낸다. 고양이만 봐도 알 수 있다. 허리를 아치 모양으로 만들며 털을 곤두세우고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고양이와 유사하게 코를 고는 사람은 가장 무방비한 시간에 코를 골며 큰소리로 포식자를 위협하는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밤에 천둥 소리를 들으면 포식자는 겁을 먹고 도망갈 것이고 코 고는 사람은 살아남는 것이다. 인체의 신비에 다시 한번 놀라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내 상황을 생각해 보니 코 고는 사람은 경쟁자를 병약하게 하는 능력도 자동으로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본인(친구)은 잘 자면서 경쟁자(나)는 잠을 못 자게 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잠에 들었고 일어나서 사람이 코를 고는 이유에 대해 찾아보았다. 사람이 코를 고는 이유는 숨을 쉬는 공간이 좁아져서 그렇다. 좁아지는 이유는 대표적으로 비만으로 인해 불어난 살이 숨을 쉬는 공간을 압박해서다. 또한 나이가 들면 근육의 탄력이 떨어져 숨 쉬는 공간이 좁아지는 이유도 있었다. 결국 내 친구는 다양한 이유 중 그저 살이 쪄서 코를 골았던 것이다. 친구에게 내가 쓴 글 중 '살을 빼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글을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글 - 살을 빼는 가장 쉬운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