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당신이 세뇌당했을 확률

음모론 주의 - 1편

세뇌당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북한 주민들, 사이비 신자들. 그들을 보며 한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세뇌당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세뇌를 당했을까?


주말에 친구와 세미나를 다녀왔다. 경제적 자유에 관한 세미나였다. 숫자에 강한 나는 숫자 95와 5가 기억에 남는다. 세미나 중반에 나온 내용이다.

미국과 한국은 대표적인 자본주의 국가이다. 두 나라에서 상위 5%의 부자들은 전체 부의 95%를 나눠갖는다. 나머지 사회 구성원 95%는 부의 5%를 나눠갖는다. 상위 5%의 직업은 사업가와 투자자이다. 나머지 95%의 직업은 노동자와 자영업자다.

그리고 강사는 한마디 덧붙였다. 상위 5%의 사람들이 나머지 95%의 사람들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 구조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사업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들이다. 노동자는 시스템의 나사가 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 (=상위 5%의 사람들) 이 시스템의 나사를 생산하는 과정 (=나머지 95%의 사람들을 위한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 구조를 형성) 에 개입한다. 뭔가 싸하지 않은가? 그들은 말을 안 듣는 울퉁불퉁한 나사보다는 말을 잘 듣고 적당한 크기의 균일한 나사를 생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자라면서 듣는 말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 누구는 어디 대학에 있는 무슨 과에 들어갔다더라. 누구는 어디에 취업했다더라. 이 말을 듣고 자란 많은 꿈나무들은 인생의 목표를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로 설정한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진심으로 우리를 위해서 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들 또한 시스템에 의해 세뇌를 당한 상태이며 우리 또한 오랜 기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변에 의해 세뇌를 당한다.


나사의 최후


목표를 이뤄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좋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도 좋다.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이제 우리는 1주일 중 5일을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 회사에 있는 시간만을 생각하면 안 된다. 출근과 퇴근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 출근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하면 평일은 거의 없다. (거의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자기 계발을 하는 직장인들은 정말 존경한다.) 또한 대부분 출근을 위해 고향을 떠나 난생처음 가보는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심지어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붐비는 출, 퇴근길을 뚫으며 받는 스트레스에는 4대 보험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가 있고 주 4일 만을 출근하는 회사도 있다. 이 제도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숨은 의도가 있다. 국민들이 쉬는 날이 늘어나면 전체적으로 소비가 늘어난다. 쉬는 날에 외식을 하고, 여행을 가고, 쉬는 날에 입기 위한 옷을 산다. 결국 쉬는 시간이 늘어나는 제도는 소비를 하는 시간을 늘리는 꼼수가 숨어있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쉬는 날에 하는 소비는 상위 5%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아직 남아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고 치자. 국내 100대 기업 기준으로 사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0.83%이다.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사원의 99.17%가 평균적으로 55세 이전에 퇴사를 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은 나사가 아니다.


다들 그렇지 뭐. 당연한 거 아니야? 소비가 할 테니 쉬는 날을 늘려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슬프게도 이미 세뇌를 당한 상태이다. 하지만 자책할 필요 없다.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이다. 상위 5%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자유를 가져다 바치게 하는 시스템을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매우 정교하게 짜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나 시스템을 구축하는 상위 5%가 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누군가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나사가 되어야 시스템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나사의 삶을 살 바에는 철의 삶을 살겠다.


- 20대 백수의 망상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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