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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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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씨 Feb 10. 2023

남편은 우는 나를 보고 웃네

신혼일기

근 한 달을 긴장하면서 보냈다.

새벽 퇴근이 이어지고 회사 휴일에도 출근하는 긴장의 연속.


이직하고 나서 적응기가 끝나기도 전에 큰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몸과 마음이 쪼그라든 나였다.


하루는 겨우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집에 왔다.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아니면 불안함이 엄습해 와서 그런 것일까? 눈물이 한두 방울씩 흐르더니 갑자기 펑펑 눈물이 나고, 이내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편의 반응이 이상했다.

남편은 나를 달래주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괜찮아? “라고 하면서 눈과 입은 웃고 있다.


왜 웃는 거냐고 물어보니, 내가 우는 모습이 우습단다.


“여보는 울기 시작할 때 먼저 입술이 삐죽삐죽하거든. 그러다가 입술이 세모가 될 때 즈음에 한번 입술을 꽉 깨문다? 그러고 나서는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뿌에~ 하면서 울더라! “


그러면서 남편은 내가 우는 모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눈물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나를 따라 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웃기면서도 분하면서, 화도 나면서 억울하기도 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초보 부부인 우리가 엉엉 울면서 웃으면서, 끅끅 숨을 삼켜가며 우는 것도 웃는 것처럼 넘어가게 되는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던 밤이다. 다음날, 눈은 퉁퉁 부었지만 기분은 한층 가벼웠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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