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하기 전엔 다짐했어요.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겠다고.
적어도 아이들 준비물 정도는 절대 빠뜨리지 않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결심도 복직 2주 만에 금세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밤엔 분명히 기억했는데, 아침 출근길엔 정신없이 까먹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문득 떠오르곤 했죠.
얼마 전, 첫째 아이 학교에서 과자파티가 있던 날이 그랬어요.
선생님이 과자 하나, 플라스틱 통 하나 꼭 챙겨달라고
며칠 전부터 공지를 여러 번 보내주셨는데,
당일 아침… 저는 또 깜빡해버렸습니다.
일하다가 그 사실이 머리를 스치듯 떠올랐고,
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났어요.
급하게 아이에게 문자를 보냈죠.
“오늘 과자파티 있었는데 엄마가 못 챙겨줘서 미안해.”
조금 뒤, 아이는 손가락 하트를 하고 있는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그날 저녁, 당황하진 않았는지 조심스레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하더라고요.
“가방에 있던 젤리 친구들이랑 나눠 먹었어. 다른 친구들도 과자 많이 줬어.”
그 순간, 얼마나 고맙고 기특했는지 몰라요.
그날 이후로는 전날 밤 미리 준비물을 챙겨두려 애쓰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챙기는 습관을 들이라고 자주 이야기해두었고요.
“혹시 엄마가 또 깜빡하면 꼭 이야기해줘야 해” 하고요.
요즘은 선생님이 알림장을 어플로 보내주시다 보니 아이들이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첫째에게는 노트를 들고 다니며 선생님 말씀을 직접 적어오도록 했습니다.
거의 쓰이지 않던 그 노트가, 이번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긴 연휴가 끝나갈 무렵,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그때 첫째가 조용히 노트를 들고 와 말했습니다.
“엄마, 내일까지 오카리나 가져가야 해.”
“아… 맞아맞아맞아!!!”
그 순간 저는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아침이면 배송이 오니까요.
첫째를 기특하다며 폭풍 칭찬해주고 바로 주문을 했죠.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이들 가방 옆에 오카리나도 함께 챙겨 두었습니다.
복직 전에,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았던 제게
언니들이 해줬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애들 다 알아서 해. 생각보다 잘 커.”
그 말 그대로, 아이들은 조금씩 스스로 챙기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요즘 첫째는 그 노트에 시도 쓰고 있어요.
뭔가를 적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글을 쓰는 즐거움도 느끼게 된 걸까요?
그 모습이 대견해서,
글 쓰는 즐거움을 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많이 칭찬해주고 있어요.
글을 쓴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니까요.
장미야 안녕
안녕, 장미야!
예쁜 장미야!
장미가 내 말을 들었을까?
내가 가려고 할 때,
장미가 잎을 흔들며
인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