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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워킹맘

드디어 복직했습니다

by 리나

5년 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왔어요.

출근길.

마치 첫 출근하는 신입사원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가능한 한 아이들을 직접 챙기고 싶어 유연근무를 신청했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고, 오후 4시 30분에 퇴근하는 일정입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밥과 책가방을 준비합니다.

혹시라도 늦잠 잘까봐 걱정했는데요,
오히려 긴장해서인지 4시 50분이면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사람이란 참 신기하지 않나요?
필요하면 어느새 스스로 달라지니까요.


저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이모님이 아이들을 등교시켜 주십니다.

예전에, 말레이시아로 떠나기 전
아이들 하원을 도와주셨던 이모님이 다시 오셨어요.

이번에는 '하원이모님'이 아니라, '등원이모님'.
역할은 바뀌었지만, 아이들 곁을 지켜주시는 건 변함없습니다.


아이들도 매일 아침 이모님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무척 좋아해요.
저는 늘 아침마다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아이들 옆에 앉아 있을 여유가 없었는데,
이모님은 아이들 옆을 따뜻하게 채워주십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합니다.


퇴근하면, 둘째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에요.

둘째를 먼저 데려오고,
바로 첫째를 데리러 태권도 학원으로 달려갑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저녁 6시 30분.

30분 안에 저녁을 차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낮에는 시간이 없어 간단히 만들거나, 배달음식에 기대는 날도 많았습니다.


주말에 미리 반찬을 준비해 두는 워킹맘들도 많다던데,
저도 이제 조금씩 따라 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주말이면 몸이 천근만근이라 움직이기가 참 싫어요.

그래도 매일 외식만 할 순 없으니까요.

작은 것부터라도,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일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좋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짧은 영어로 학교 행사며 발표며 부딪히던 시간이
지금 제게 큰 용기가 되어주고 있어요.

외국 아이들 앞에서 PPT 발표도 해보고, 외국인 엄마들과 파티도 열어봤는데,
이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게다가, 지금은 한국어로 말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대방이 바로 알아듣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다는 것.

그게 이렇게나 소중한 일이라는 걸,
한국에 돌아와서야 깊이 느끼게 됩니다.


지금 이 마음으로는 토요일 아침마다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너무 피곤하면 어떤 주말은 글을 건너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글을 발행하기.

천천히, 꾸준히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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