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 그리고 우리 집에도 봄이 왔어요
어젯밤, 첫째 아이가 갑자기 시를 썼어요.
봄이 왔네
봄이 왔네
따뜻한 봄이 왔네
따뜻한 봄에
예쁜 꽃이 피었네
멋진 봄이 왔네
9살 아이의 눈에 비친 봄은, 꽃이 피고 햇살이 가득한 멋진 날이었나 봅니다.
겨울 내내 바라만 보던 놀이터에 마음껏 갈 수 있어서 더 기뻤겠지요.
놀이터에서 두 시간을 뛰놀고 집에 오자마자, 이 시를 썼답니다.
정말, 완연한 봄이 왔어요.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거리 곳곳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집니다.
아이들은 이런 봄을 누구보다도 반갑게 맞이하고 있어요.
한때 말레이시아에서 3년여를 지내며 겨울을 경험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한국의 겨울은 눈이 와서 신기하긴 해도 너무 추워서 힘든 계절이었어요.
게다가 눈도 자주 오지 않아, 눈사람 몇번 만들어보지 못하고 겨울을 보냈어요.
특히 푸르름이 가득했던 말레이시아의 나무들과 달리, 잎 하나 없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처음 봤을 땐 “왜 나무가 죽었어?” 하고 묻기도 했어요.
“곧 초록 잎이 돋아나고, 예쁜 꽃들이 필 거야”라고 이야기해 줘도 선뜻 믿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땅과 나뭇가지에서 작고 초록빛 나는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신기한 눈빛이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저에겐 너무 익숙해 대수롭지 않던 봄의 풍경이 올해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어요. 아이들과 함께 새싹을 기다리고, 거리마다 맑은 초록빛으로 가득 차는 걸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고 기뻤어요.
그 안에서 생명력을 느꼈습니다.
오늘 비가 지나면 흩날리던 벚꽃은 다 지겠지만, 또 다른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따뜻한 봄날, 우리의 일상에도 따뜻한 순간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