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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연락 너무 자주 해...

딸에게 한 소리 들었어요

by 리나

스마트 워치를 통해 아이와 연락하게 된 기쁨을 느낀 지 한 달 만에 문자 금지령을 받았습니다. 제가 너무 자주 연락을 하긴 했어요..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할 때마다 도착했는지 연락을 했거든요. 직접 학원에 데려다주러 가는 것보다 훨씬 쉬우니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연락을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아이가 조금씩 제가 연락을 자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더니 얼마 전에는 확실하게 말을 하더라고요. " 엄마 학원에 있을 때 문자가 오면 불편해."

내가 실수했구나 싶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첫째는 선생님 말씀을 참 잘 듣는 아이입니다.

어떤 선생님이던 좋아하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꼭 잘 듣고 지키려고 해요. 학교에서 했던 장기자랑땐 자기 특기를 그림이라고 하더니 담임 선생님을 그려갔어요 ㅎㅎ


그런 아이에게 수업시간이 시작할 때쯤 울리는 문자는 굉장히 신경 쓰였을 것입니다. 저는 문자하나 보내주는 게 어려울 게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학원 갈 때까지는 가느라 바쁘고 도착해서는 수업 듣느라 바빴나 보더라고요. 더군다나 제가 도착했냐고 물어보는 문자에 답장할 때 몇 번 선생님한테 한소리 들었더라고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학원 잘 도착했냐고 물어보는 연락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첫째가 필요하면 연락을 하겠다고 하니 꼭꼭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다음날 첫째 영어학원에서 도착했다는 연락이 오질 않는 겁니다. 영어학원은 아이가 도착하자마자 번호를 누르면 부모에게 자동으로 도착했다는 연락이 가도록 되어 있거든요.


필요하면 연락한다고 했으니 기다려 볼까 했는데 너무 궁금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또 답이 없는 거예요.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지요. 수업 중인걸 알면서 전화를 하다니. 너 지금 어디냐는 제 물음에 첫째는 학원이라는 답을 했어요. 그때서야 얼굴이 뜨거워지면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날 저녁 첫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기다리겠다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학원 시스템에는 꼭 번호를 눌러달라 했어요. 모든 학원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곳에서 만 이라도 연락이 오면 마음이 편할 거 같더라고요.


밤에는 선생님께도 연락이 왔습니다. 첫째가 엄마랑 연락하는걸 정말 행복해 하긴 하는데 엄마랑 연락하느라 수업에 조금씩 늦으니 학원 시스템에 번호를 누르고 나면 다른 연락은 안 해도 되냐는 것이었어요.


선생님께 첫째는 수업시간에 연락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제가 연락을 한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요. 시스템에 입력하는 거로 충분하다고도 말씀드렸어요.


얼굴이 다시 한번 붉어졌습니다. 아이 옆에 계속 붙어있다가 떨어져 있으려니 적응하는 게 쉽지 않네요. 충분히 안전한 환경이니 이제 그만 안달복달하고 아이를 믿어야 할 텐데 저는 언제쯤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복직하면 자연스럽게 고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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