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비상 ! 방학입니다!
여름방학입니다. 둘째 유치원 방학은 끝나가고, 첫째 방학은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았어요.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을 시부모님 댁에 일주일간 보냈습니다. 봐줄 사람이 없기도 했고,
첫째가 학원을 잠시 쉬었으면 해서 시부모님께 부탁을 드렸죠. 흔쾌히 좋다고 해주신 덕분에 마음 편하게,
즐겁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시댁에 가기 전, 저는 그 일주일 동안 생길 자유에 너무 들떴습니다. 설레기까지 했어요.
아이를 낳고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건, 6년 전 회사 MT 때 하루뿐이었거든요.
퇴근 후 아무도 챙기지 않고 혼자 쉴 수 있으니,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미용실도 가고, 사람도 만나야겠다며 속으로 남모르게 다짐을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미용실에도 가고, 남편과 맛있는 것도 먹고, 친한 엄마와 술도 한 잔 하며 나름 알차게 보내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만큼 ‘아, 자유라서 정말 좋다!’라는 기분은 안 들었어요.
제가 한 일들이 사실 아이들이 있을 때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서, 특별함이 덜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녁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줄이야. 남편과도 매일 “애들 보고 싶다”라는 말만 했네요. 아주 예전에는 둘이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또 신기했던 건, 웃을 일이 거의 없었다는 거예요. 퇴근 후 아이들을 만나면 늘 웃으려고 노력하고,
기본적으로 아이들과 있으면 밝아지는데, 그게 없다 보니 조용히 누워서 핸드폰만 하게 되더군요.
어떤 분이 제게, 첫째를 데리러 가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표정이 꼭 학원 끝나서 신난 아이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아이들과 있을 때 제 안에 있는 밝음을 전부 꺼내 쓰는 것 같아요.
일주일 동안 집에서 밥을 한 번도 해먹지 않았다는 점도 참 웃겼습니다. 결혼 전 혼자 살 때도 계란밥 아니면 잘 안 해먹었으니, 아이들 덕분에 요리를 하며 살고 있었던 거죠. 청소도 빨래도, 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집에 오면 부엌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소파에만 누워 있다가 침대로 들어가니 집이 지저분해질 일도 없더라고요. 몸이 바쁘지 않으니 회사 생각이 자꾸 났습니다. 평소에는 애들 보느라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일 생각이 안 나는데, 시간이 많으니 온통 회사 일만 떠오르더군요.
결국 남편과 내린 결론은, ‘아이들 다 크면 정말 심심하겠다’였습니다. 그래서 주변 언니들이 그렇게 운동을 다니고 취미 생활을 많이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예전에는 ‘애들 다 키우면 집에서 내 시간 보내면서 좋을 텐데, 왜 자꾸 밖으로 나갈까?’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역시 사람은 겪어보지 않은 일을 함부로 단정하면 안 되나 봅니다.
저는 확실히 육아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집안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ㅎㅎ
아이들이 아직 제 품에 있을 때, 이 시간을 신나게 즐기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다 크면 뭘 하며 놀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