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냄새는 보너스
무서운 꿈을 꿨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휴대폰 하다 늦게 잠드는 밤이면 꿈자리가 뒤숭숭합니다. 아마도 몸이 피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토요일 밤은 유독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 다음날 늦잠을 자도 된다는 핑계로 새벽 두 시를 한 참 넘은 시간에 잠이 들었는데 손과 발만 있는 무엇인가가 나오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깨고 말았어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려고 하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재빠르게 첫째 아이의 옆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마 부모님들은 다 알 거예요. 아이의 옆에 있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은 그 기분을. 이 선하고 선한 존재의 옆에 이상한 것이 올리 없다 같은 느낌인 거 같습니다. 아이의 냄새를 킁킁 맡으면 더 쉽게 잠들기도 합니다.ㅎㅎ
그런데 제가 왜 내려가야 했냐면 제가 2층 침대의 2층에서 자기 때문입니다. 2층 침대를 구매하고 아이들과 부부의 방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싶었는데 남편의 출장으로 다시 함께 자고 있습니다. 남편이 출장 가있는 동안 아이들의 무서워할까 봐 안방에 있던 침대를 아이들 방으로 가져와서 셋이 함께 잤거든요. 당연히 다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아래에서 아이 둘이 넓은 침대와 좁은 침대를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자고 저는 2층에서 자고 있어요. 왜 번갈아 지나면 둘 다 넓은 쪽에서 자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남편은 매트리스를 깔고 자고 있네요.
사실 이렇게 자는 것에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특히 저는요. 둘째가 밤마다 깨서 무섭다며 누나 옆으로 가던가 아빠의 옆으로 가서 둘의 잠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아빠의 옆으로 가요. 2층 침대까지는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잠을 푹 자야 모두에게 좋은 거고 6살이면 다 컸다 싶어서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고 했지만 전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둘째만 끼고 아래에서 잘 수도 없어요. 첫째가 섭섭할 거 거든요. 첫째도 저와 자는 걸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둘째만 옆에 두고 잘 수가 없습니다.
이걸 어떻게 고치나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엊그제 무서운 꿈을 꾸고 첫째 아이 옆에서 잠들고 난 다음부턴 둘째가 느끼는 무서움을 이해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둘째에게 자다 깨면 그냥 저를 부르라고 했어요. 둘째가 조금 더 클 때까지는 남편과 제가 번갈아가면 달래줘야 할 거 같아요. 한 번 잠들면 절대 깨지 않는 첫째를 보면 둘째도 1년 정도만 지나면 푹 자겠죠. 아마도 그렇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