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과 함께 사라진 일주일

이주일 등원하고 일주일을 쉬다니

by 리나

즐거운 금요일 오후, 하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고 마스크를 벗긴 순간 알았다. 내 일주일이 사라졌음을.



마스크에 가려져 있던 코랑 입은 콧물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유치원에서는 계속 닦았다는데 버스에서는 휴지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거였다. 누런 마스크에 어찌나 속상하던지 여분의 마스크를 줬으면 바꾸기라도 했을 텐데 내가 아직 이렇게 준비성이 부족하다.


밤에는 심지어 열이 났다. 몸이 뜨끈한 게 미열에서 끝날 거 같지가 않아서 잠든 아이 옆에서 보초를 서며 지켰다. 새벽 3시, 결국 38.5도가 넘었다. 마침 가래 때문에 깬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인 후 열이 떨어진 걸 확인하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첫째는 여전히 콧물이 줄줄 흘러도 열은 없고 쌩쌩했다.


다행이긴 하지만 나의 고생을 누가 알겠냐 싶어서 첫째에게 엄마가 밤새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며 생색을 냈다. 그저 웃고 말 줄 알았던 첫째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엄청 좋았어!"


고마워도 아니고 좋았어라니! 생각해보니 나도 아플 때 엄마가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게 정말 좋았다. 어릴 때도 좋았지만 커서도 여전히 좋았다. 그런데 난 첫째처럼 솔직하지 못해서 엄마가 옆에 있는 게 좋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픈 게 없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다 아프면 또 엄마가 옆에서 돌봐주기를 기대하며 방에 누웠다. 애를 낳고 나야 부모 마음을 이해한다더니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밤새 옆에 있었는지 알겠다. 나도 솔직하게 좋다고 고맙다고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애교 없는 딸내미는 또 한 번 미안해진다. '엄마 나도 엄청 좋았어!'




열은 떨어졌어도 콧물은 줄줄이라 전전긍긍하며 소아과로 갔다. 솔라리스 한가운데에 있어서 많은 한인들은 만나시는 덕분에 필요한 한국어는 배웠다는 의사 선생님은 한국어를 섞어가며 친절하게 진찰을 봐주셨다. 그런데 어젯밤에 열이 났고 콧물이 줄줄 흐른다는 내 설명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그건 열도 아니라며 왜 이런 걸로 병원까지 왔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쉬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약도 안 주시려는 걸 부탁해서 받고 나니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말레이시아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한국서는 이 정도 콧물이면 코미 시럽에 항생제는 기본이었는데 말이다.


알고 보니 첫째 정도의 콧물은 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으며 일주일 정도 쉬는 거지 병원까지 가는 사람은 잘 없었다. 병원 간다고 빨리 낫는 것도 아니고 병원비도 비싸다. 이번에 진료에 약값까지 거의 4만 원을 내고 나니 확실히 느꼈다. 첫째야 다 컸으니 집에서 쉬면서 약만 잘 먹이면 되지만 문제는 둘째였다. 약 먹기 싫어하고 열나면 난리 나는 둘째는 안 걸리길 빌며 둘이 붙어있지 말라고 조심시켰다. 물론 둘은 계속 붙어있었다. 아주 그냥 밥도 붙어서 먹고 장난감도 붙어서 가지고 놀고 떨어질 틈이 없었다.


그래도 용케 둘째는 안 걸리고 주말이 지났다. 혹시 둘째는 이대로 넘어가는 건가라는 내 기대는 월요일 아침 둘째의 그렁그렁한 콧물과 함께 와장창 무너졌다. 심지어 더 심했다. 안 그래도 요즘 이 나느라 침도 많이 흘리는데 여기에다가 누런 콧물까지 줄줄 흐르니 하루에도 옷을 10번은 갈아입혔다. 코 닦는 것도 싫어해서 "하지마 하지마"말하며 도망가는 둘째를 붙잡고 닦아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은 잘 먹었다. 약 먹을 때마다 울고불고 토하던 아기가 벌써 이렇게 컸다.

이렇게 붙어있는데 안옮기는게 이상한거긴 하다


이 주간의 유치원 등원 후 일주일을 쉬다니. 5개월을 셋이서 잘 놀았는데 겨우 이주 동안 편했다고 어떻게 일주일을 보내나 막막했다. 다른 친구에게 옮기면 안 돼서 산책도 아침에 잠깐만 해야 했고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었던 물놀이도 못하니 더 그렇게 느꼈다. 더구나 아침 산책시간은 이주 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 나와 둘이서 유모차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둘째가 자꾸 아파트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다.


바깥나들이의 달콤함을 모를 땐 그저 누나 하는 데로 꽃 보고 새보고 좋아하더니 뚜뚜를 본다며 킥보드를 타고 정문을 향해 가버려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했다. 문제는 첫째가 바깥에서 오래 걷는걸 지루해한다는 거였다. 첫째는 놀이터에서 놀던가 바닥이 잘 되어있는 단지 안에서 킥보드 타는 걸 하고 싶어 했다.


그래도 하루 이틀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1시간의 산책 중 반은 첫째에게 반은 둘째에게 맞춰가며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빨리 유치원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유치원이 최고다 정말.

놀이터도 가고 바깥 나들이도 가고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약을 안 먹으면 7일이라더니 정말 일주일 만에 첫째의 콧물이 사라졌다. 월요일부턴 다시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아직 일주일이 안된 둘째가 여전히 콧물이 흐르지만 어쨌든 다음주는 좀 더 편해질거다. 첫째도 유치원에서 즐거울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