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재밌을 나이, 20개월

by 리나

요즘 우리 둘째는 바쁘다. 산책하면서 지나가는 자동차 구경하기, 마트 가서 장보기, 누나랑 놀기 등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처음에는 우와 우와 연신 감탄하기 바쁘더니 이제는 가고 싶은 곳도 손으로 가리키면서 나를 이끈다. 두 돌도 안된 20개월 아기는 지금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둘째의 하루는 누나 배웅으로 시작한다. 누나가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정문 쪽을 가리킨다. 어서 출발해라 이 뜻이다. 그럼 나는 다른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급하게 마무리하고 명령을 따른다. 어떤 날은 인형 유모차를 끌고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그냥 걸어가기도 하면서 나무와 풀이 가득한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요맘때의 아가들의 모습은 인형같이 이쁘다. 유유자적한 산책길에서 우리는 강아지와 인사도 하고 새도 보며 가끔은 원숭이도 만난다. 유독 나무가 우거진 곳이 있는데 거기에 원숭이가 올라가서 사람들을 내려보고 있다. 이런 땐 신기한 것 보다도 사실 무섭다.


15분 정도 걸으면 우리만의 핫플레이스가 나온다. 마트와 쇼핑몰이 있는 곳으로 넓은 공터도 있어서 한참을 놀기 좋다. 물고기도 보고 그냥 뛰어다니기도 하다가 가게들이 문을 여는 시간엔 몰에 가서 구경도 한다. 요즘은 매일 마트에 들려서 장을 본다. 현지 마트에는 뭐가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내가 직접 사는 게 더 편하다. 남편에게 매번 부탁하기도 미안할뿐더러 배달이 가능한 한인마트에서는 살 수 없는 과일 같은걸 사야 할 때가 있다.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나라의 언어가 쓰여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건 참 재밌다. 나한테도 신기한 물건들인데 둘째에게는 얼마나 재밌을까.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자기가 몇 번 먹어본 과자 같은 건 "계산"이라고 말하면서 가져오기도 한다. 저번엔 무를 통째로 집어와서 그날 저녁에 무 요리를 해 먹었다.


9시에 집을 나선 우리는 아파트 단지에서 한 시간 정도를 더 놀다가 점심시간쯤 집으로 들어온다. 그땐 둘째도 충분히 놀았다 싶은지 순순히 집으로 간다. 씻고 밥을 먹고 침대에서 꽁냥꽁냥 놀다가 낮잠을 재우면 자유시간이다. 나는 이 순간이 정말 좋다. 침대에 누워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라기 어려운 대화도 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도 하면서 아이의 귀여움을 마음껏 느낀다. 내가 이렇게 이 순간을 행복하게 여기는 건 아이가 잠들고 나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 크겠지만 어쨌든 이때의 아이는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이가 깨어나고 첫째가 하원을 하면 하루 육아의 후반전이 시작이다. 엄마를 찾는 소리는 3배는 더 많이 들리고 내 대답도 그만큼 늘어난다. 첫째가 원하는 것과 둘째가 원하는 것을 공평하게 들어주는 게 제일 어렵다. 그래도 둘째가 누나를 좋아하고 첫째는 그런 둘째를 충분히 이뻐해서 저녁시간이 즐겁다. 가끔 둘째는 첫째가 왜 저리 좋을까 싶기도 하다. 손잡아 달라고 찡찡거리면서 쫓아다니는 걸 볼 땐 첫째가 귀찮겠다 싶지만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요즘 들어 재우기가 살짝 어려워진 둘째는 자는 순간까지 자동차 장난감을 손에 꼭 쥐고 있다. 한 손엔 내 머리카락을 잡고 다른 손엔 미니 자동차를 쥐고 잔다. 아침이 오면 잊지 않고 내 뚜뚜를 찾기 때문에 잠이 깊게 들면 머리맡에 올려둔다. 그리고 나는 조용한 밤을 마음껏 만끽한다.




20개월쯤이 이렇게 이쁘다는 걸 둘째를 키우면서 또 느낀다. 말 배우느라 나의 말을 따라 하는 걸 볼 땐 심장이 두근거리고 엉덩이를 요리 죠리 흔들면서 춤추는 걸 보면 아주 그냥 녹는다. 물론 말 안들을 땐 이놈을 어쩌지 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쁘다. 둘째도 조금 있음 어린이집을 갈 테니 그전까지 엄마를 독차지하는 기쁨을 마음껏 느끼게 해 줘야겠다.